이정협 맞이한 부산, 복없던 설움 떨쳐버리자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10-15 07:39


군복무를 마치고 부산으로 복귀한 이정협.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지지리 복도 없지요. 전역할 날만 기다렸는데…."

지난 9월 초였다. 부산 아이파크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쓴 소줏잔을 들이켰다.

군복무 중이던 이정협이 K리그 챌린지 경기 도중 안면복합 골절상을 했다는 비보가 터진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다. '슈틸리케의 황태자'로 떠오르며 대표팀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한 이정협이 재활기간까지 감안하면 올 시즌을 마감할 것이라는 추가 소식은 부산 구단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부산은 그룹B가 조기에 확정된 마당에 하위 스플릿 시즌에서 강등권 탈출을 위해 사활을 걸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마지막 승부수로 믿었던 게 10월 12일 전역한 이정협이다.

17일부터 하위 스플릿 리그가 시작되니 시기적으로 딱 좋았다. 당시 부산 관계자는 "하위 리그 5경기에서 이정협을 앞세워 바짝 조이면 강등권 탈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면서 "그런데 마지막 희망마저 날아가 버리는 걸 보니 올 시즌 우리팀은 복이 없어도 이처럼 지긋지긋하게 없나 싶은 생각에 울고 싶은 뿐"이라고 푸념했다.

그럴 만했다. 올 시즌 부산은 정말 복이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그랬다. 클래식 12개 구단 가운데 데리고 있던 외국인 선수 덕을 가장 보지 못한 팀이다.

시즌을 시작할 때 웨슬리, 베르손, 닐손 주니어 등 다른 팀처럼 용병 3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상반기 동안 기량 미달과 부상으로 인해 베르손과 닐손 주니어는 각각 7경기, 9경기밖에 써먹지 못했다.

결국 이들 두 선수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퇴출됐고, 빌과 엘리아스를 새로 수혈했다. 그러나 용병 불운은 계속됐다. 주전 공격수로 믿고 영입한 빌이 3경기째 출전한 8월 19일 FC서울 전에서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더니 지난 4일 마지막 33라운드 포항전이 돼서야 복귀했다. 결국 입단 후 11경기 동안 겨우 4경기 출전했다. 빌에 비하면 7경기를 뛴 엘리아스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7경기 모두 교체 투입이었다.


막상 데려놓고 보니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못해서 주전급으로 도저히 활용하기 힘들었던 게다. 결국 부산은 올 시즌 총 5명의 용병 가운데 27경기, 팀내 최다 8골을 넣어준 웨슬리 하나 때문에 근근이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사령탑이 두 차례 바뀌는 진통을 겪었다. 윤성효 감독이 상반기 종료 이후 물러난 뒤 데니스 감독대행 체제로 꾸려나갔지만 1승4무6패로 여전히 11위였고 결국 최영준 감독을 새로 영입했다.

사정이 이러했으니 시즌 막판에 전역 복귀하는 이정협을 학수고대할 수밖에 없었다. 불운의 연속이었던 부산에 비로소 작은 희망이 떠오르는 것일까. 이정협이 전역하기 직전 예상보다 부상 회복이 빠르다는 소식이 부산 식구들을 안도하게 만들었다. 이정협은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전역하기 전에 마지막 봉사를 하고 싶다며 출전을 자원했다. 비록 많은 시간을 뛰지 않았지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컨디션에 근접했다는 것만으로도 '이정협의 시즌 마감'을 각오하던 부산에겐 커다란 행운이다.

15일부터 팀 훈련에 공식 합류하는 이정협을 맞이하기 위해 일찌감치 특별 제작한 안면보호 마스크를 준비해뒀다. 그렇다고 당장 이정협을 출전시킬 계획은 없다. 충분한 부상 회복과 팀 적응 시간을 배려해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려 팀의 1부 리그 잔류에 기여하고 싶다"는 이정협의 의지가 '복덩어리'인 셈이다.

어차피 부산은 강등 플레이오프까지 대비하고 있다. 올 시즌 지독한 불운 끝에 돌아온 '구세주' 덕분에 마지막에 잠깐 웃을 수 있다면 더이상 바랄 게 없다는 게 부산의 솔직한 심정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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