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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회 절친 삼총사'의 얽히고설킨 6강 잔혹드라마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9-25 09:19



2015 KEB 하나은행 FA컵 준결승 미디어데이가 2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렸다. 준결승에서 만나게 된 인천 김도훈 감독과 전남 노상래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9.23/

노상래 전남 감독과 조성환 제주 감독

"어쩌다 또 우리 개띠 친구들끼리 이렇게 됐네요. 참…."

23일 밤, 뜨거웠던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 종료 직후 노상래 전남 감독이 말했다. 인천-제주-전남의 '예측불허' 6강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하필 1970년생 '절친 삼총사' 노상래 전남 감독, 김도훈 인천 감독, 조성환 제주 감독이 그 중심에 섰다. 개띠 친구 모임 '견우회' 절친들은 올시즌 나란히 첫 프로 지휘봉을 잡았다. 노 감독의 전남과 조 감독의 제주는 시즌 첫 경기, 감독 데뷔전부터 맞닥뜨렸다. 올시즌 내내 개띠 감독들의 맞대결은 '절친 더비'로 화제몰이를 했다. 초보감독답지 않은 배짱과 리더십으로 팀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선수 시절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 이들은 K리그 지도자로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김 감독의 인천은 '늑대축구'라는 별명답게, 끈끈한 팀플레이, 강한 공격 성향으로 주목받았다. 노 감독의 전남은 소리없이 강했다. 오르샤, 이종호 등 어린 선수들의 분전속에 3위까지 치고 올라왔고, 인천과 FA컵 결승 티켓을 두고 다투게 됐다. 조 감독은 제주 홈관중 2만 명 돌파를 기념해 '오렌지색' 염색 공약을 실행에 옮겼다. 부진했던 에이스 윤빛가람을 부활시켰고, 9월 들어 시즌 첫 3연승을 달리며, 무서운 뒷심을 뽐냈다. 6개월전 K리그 클래식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조 감독은 '절친' 노 감독을 향해 "친구야, 네가 가라, 하위 스플릿"이라는 농담을 건넸다. 웃지 못할 '예언'이 됐다.

시즌 농사를 마무리할 시간, 상위 스플릿의 마지노선인 6위 한 자리를 놓고 '개띠들의 전쟁'이 불붙었다. 32라운드, 6강의 운명이 거의 갈릴 뻔했다. 승점 42의 7위 전남은 홈에서 수원에 0대2로 졌고, 승점 40의 8위 제주가 부산 원정에서 2대0으로 승리하며 승점 43, 7위로 올라섰다. 승점 45, 6위로 앞서있던 인천은 90분 내내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인천이 울산을 이기면 승점 48, 남은 1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6강이 결정되는 상황,울산 김신욱의 '고춧가루' 헤딩 한방이 '개띠 삼총사' 감독들을 다시 단두대 매치로 소환했다. 인천은, 후반 추가시간 김신욱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며 1대2로 졌다.

절친들의 운명도 바뀌었다. 반드시 이겨야할 경기에서 수원에게 완패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노 감독은 "아, 이제 홀가분하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6강의 꿈이 멀어졌다고 봤다. 동시간대 제주가 이기고, 경기중인 인천이 울산과 1-1로 비기고 있던 상황, 인천이 승점 46, 제주가 승점 43, 전남이 승점 42…, 이대로라면 6강은 물건너갔다. 뼈아픈 실책으로 연속골을 내준 전남 수비진은 라커룸에서 눈물을 쏟았다. 노 감독은 "잘했다. FA컵도 있으니,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다같이 박수치자"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쓰라린 속내를 숨겼다. 30분 후 전해진 울산의 승전보에 꺼진 줄 알았던 전남 6강의 불씨가 희미하게 살아났다.

인천(승점 45·골득실+3), 제주(승점 43·골득실0), 전남(승점 42·골득실-2), '경우의 수'가 다시 시작됐다. 최후의 33라운드, 인천은 성남 원정에 나선다. 성남과 최소한 비기고, 제주가 비기거나 지면 6위가 확정된다. 제주는 '1강' 전북을 이기고, 인천이 패할 경우, 혹은 3골차 이상으로 승리하고, 인천이 비길 경우 6강행이 가능하다. 전남은 가장 어렵다. 서울 원정에서 무조건 대승한 후, 인천이 성남에 대패하거나, 제주가 전북에 비기거나 패할 '경우의 수', 실낱같은 가능성을 파고들어야 한다. 22일 세상을 떠난 '뉴욕 양키스 레전드' 요기 베라의 명언처럼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잔인한 '희망고문'이 될지, 짜릿한 '기적의 통로'가 될지, 절친들의 '예측불허' 6강 드라마의 결말은 10월 4일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에서 공개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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