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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팬들은 휘슬이 울리기 직전 카드 섹션 응원과 함께 '최고의 구단, 최초의 약속'이라고 적힌 대형 통천을 내걸었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수원과 서울의 올 시즌 세 번째 슈퍼매치는 그렇게 막을 올렸다. 주연 중의 주연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차두리였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경기 전 '골을 넣을 것 같은 선수를 전망해달라'는 질문에 특유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은 후 "김남춘, 오스마르, 몰리나는 골을 넣을 것 같다. 그런데 차두리는 아니다"라며 웃었다. 경기 후 최 감독이 다시 입을 뗐다. "슈퍼매치 중 가장 기분 좋은 경기였다. 믿을 수 없는 선수가 득점을 했다."
차두리와 슈퍼매치, 인연이 많다. 2013년 K리그에 둥지를 튼 그의 데뷔전 무대가 슈퍼매치였다. 2013년 4월 14일이었다. 이름값은 특별했다. 수원팬들은 차두리가 볼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보냈다. 차두리는 경기 후 "내가 왜 야유를 받아야 하나"라며 억울해 했다. 그리고 "아버지도 여기에서 감독 생활을 하셨다. 또 내가 이 팀에서 유럽에 갔다가 다시 서울로 온 것도 아니다. 상대 팬들이 저라는 선수를 의식한 것 같다. 유럽에서 안 받아본 야유를 한국에서 받았는데 이것도 축구의 하나"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슈퍼매치에서 차두리는 대단했다. 수원에 밀리던 서울은 2013년과 2014년 5승1무2패로 슈퍼매치를 지배했다. 올초 1대5 대패에도 사연이 있다. 차두리는 그 날 1-1 상황에서 부상으로 교체됐다. 차두리가 나간 후 서울은 후반 내리 4골을 허용했다.
이날 압권은 골 뒷풀이였다. 차두리는 수원 팬들을 향해 '귀쫑긋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양 손을 귀에 대고 수원 서포터스석을 바라보며 질주했다. 기수를 돌려 벤치로 향할 때는 한 팬이 차두리를 향해 바나나를 던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골 뿐이 아니었다. 그라운드의 리더로 투지와 집중력도 넘치며 풀타임을 소화했다.
차두리는 "도발적인 세리머니이기는 하지만 유럽에서는 일반적"이라며 "그동안 수원팬들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골을 넣으니 조용해져서 그동안 들었던 이야기는 어디로 갔나 하는 생각에 하게 됐다. 항상 선수가 경기장 안에서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분도 좋고 여러가지 마음이 들어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통천에 대해서는 "아버님과 내가 K리그에서 흔적을 남겨 즐겁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K리그 흥행에 차씨 집안이 기여할 수 있어 좋다"라며 다시 웃었다.
K리그에서 통산 2호골을 터트린의 차두리의 주장 완장은 이날 최고의 빛을 토해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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