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13→14.
위의 숫자는 신화용 포항 골키퍼(32)가 2011년부터 4년간 늘려온 무실점 경기수다. 그는 올 시즌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다섯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무실점 경기 기록이다. 23일 K리그 클래식 27라운드에서 전남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 10번째 무실점 경기를 치렀다. 신화용은 "기록 달성은 구단 SNS를 보고 알았다"며 "무실점 경기를 한 뒤에는 어깨에서 뭔가를 내려놓은 듯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신화용이 특수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콜 플레이'다. 골키퍼는 그라운드 위 최후방 사령관이라 부른다. 골문을 지키면서 필드 플레이어보다 상대적으로 넓은 시각에서 경기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방은 기본, 말을 통해 수비수들을 리드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는 "콜 플레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실점 장면을 복기해보면 선수들에게 미처 콜 플레이를 하지 못했거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았을 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정말 수비수들이 귀찮아 할 정도로 말을 많이 한다. 솔직히 짜증내는 선수들도 있다.(웃음) 공이 멀리있을 때도 선수의 이름을 부르면서 자리를 잡아준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서로 얘기하면서 경기 중 쌓였던 오해를 푼다"고 덧붙였다. 또 "오해가 100%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팀 승리를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섯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무실점은 신화용 혼자 이룬 기록이 아니다. 10명의 필드 플레이어, 특히 4명의 포백 수비수들과 함께 이룬 작품이다. 그는 "포항은 공수밸런스가 좋다. 수비수들도 워낙 빠르고 견고하다.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도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수는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골키퍼와 수비수들에게는 '3대1 경기보다 1대0 경기가 낫다'는 얘기가 있다. 실점 습관이 생기게 되면 계속 실점을 하게 된다"고 했다.
8개월여의 장기간 레이스에서 실점없는 경기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골키퍼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실점 이후 상황이다. 신화용은 "실점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골을 허용하면 기분이 정말 좋지 않다. 짜증도 나고 화도 난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추가 실점을 막는 것이다. 어떤 골키퍼든 첫 실점 장면이 머리 속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 빨리 잊고 다음 실점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화용은 '원클럽맨'이다. 2004년 포항 입단 이후 12년 연속 포항 골문을 지키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FA) 신분이 된 신화용은 1년 재계약을 했다. 이제 계약기간은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그는 "이번 시즌이 끝나도 첫 번째 목표는 '잔류'다. 모기업 포스코가 어려워도 이적이나 해외진출을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실 솔깃한 제안도 있었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과 일본 J리그 등 유수의 팀에서 포항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화용의 선택은 포항 잔류였다. 그는 "좋은 제안을 마다한 것에 후회는 없다.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 포항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에 나가는 것이 즐겁다"고 했다.
무실점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와 스플릿 무대를 합쳐 남은 11경기에서 6차례 무실점 경기를 달성할 경우 김병지(전남)가 보유하고 있는 역대 포항 골키퍼 한 시즌 최다 무실점 경기 기록과 타이를 이루게 된다. 그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서 15경기 이상 무실점에 도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