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슈틸리케 감독 '안정+깜짝' 조화로 길을 찾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8-24 15:48 | 최종수정 2015-08-25 07:41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2연전에 나설 슈틸리케호의 명단이 발표됐다. 24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협회 다목적회의실에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명단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이날 뽑힌 선수들은 9월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리는 라오스전과 8일 레바논 원정에 출전한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8.24/

슈틸리케호가 울퉁불퉁한 고개를 지나 마침내 평평한 길을 찾았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호주아시안컵 준우승에 이어 동아시안컵에서 우승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다. 그는 지난해 9월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았다. 1년 만에 자신의 색깔을 완벽하게 구축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2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3차전 라오스(9월 3일 오후 8시·화성), 레바논(9월 8일 오후 11시·한국시각·베이루트)에 출전할 최종엔트리를 공개했다. '안정+깜짝' 카드로 조화를 이뤘다. 기본 골격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실험도 병행하겠다는 '윈-윈 해법'을 내놓았다.

"이번 명단은 부임하고 1년 동안 활용했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소집했다. 11명은 호주아시안컵, 7명은 동아시안컵에서 함께 했다. 대표팀의 기본적인 골격이 완성된 상황이다. 여기에 새로운 선수를 일부 포함시키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감독으로 해야할 일 중 하나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대표팀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깜짝 카드는 누구

포르투갈 비토리아 세투발에서 뛰고 있는 석현준(24)이 5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2010년 9월 7일 이란과의 친선경기에서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A매치 경험을 했다. 당시 함량 미달의 플레이로 A대표팀에서 지워졌다. 하지만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유럽과 중동을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K리거 가운데는 황의조(23·성남)가 드디어 승선했다. 그는 올 시즌 K리그에서 토종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두 자릿수 골(10득점)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충분히 대표팀에 승선해 기량을 점검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동아시안컵에선 제외했지만 이번에는 명단에 포함시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동아시안컵에서 수많은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골결정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석현준과 황의조를 선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새로운 선수를 통해 보완할 생각"이라며 "석현준은 예전부터 지켜봤다. 이전에는 팀을 만드는 과정이었고, 이제는 어느 정도 만들어졌고, 성과도 내고 있다. 이제는 이런 선수들을 1~2명씩 발탁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황의조에 대해서도 "계속 지켜봐왔는데 예전에는 기복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복이 많이 사라졌다.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황의조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한 결과가 대표 발탁으로 이어진 것 같다. 경험 많은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고, 출전 기회가 오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겠다. 어렵게 얻은 태극마크인 만큼 월드컵 예선에서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전북의 수문장 권순태(31)도 첫 선택을 받은 가운데 올림픽대표팀의 골키퍼 김동준(21·연세대)도 대학 선수로는 처음으로 슈틸리케호에 승선했다.

신뢰는 변함이 없다

월드컵 예선은 동아시안컵과는 달리 'A매치 주간'에 벌어진다. 대표팀의 근간인 유럽과 중동파도 복귀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이청용(27·크리스탈팰리스), 독일 분데스리가의 손흥민(23·레버쿠젠) 구자철(26) 박주호(28·이상 마인츠) 김진수(23·호펜하임) 홍정호(26·아우크스부르크), 중동에서 뛰는 곽태휘(34·알 힐랄)도 이름을 올렸다.

동아시안컵 멤버 가운데는 '황태자' 이정협(상주)을 비롯해 이재성(전북) 김승대(포항) 권창훈(수원) 김영권(광저우 헝다) 장현수(광저우 부리) 김기희(전북) 임창우(울산) 정우영(빗셀 고베) 등이 재신임을 받았다. 반면 조커로 활용할 뜻을 밝힌 김신욱(울산)과 이종호(전남) 등은 제외됐다. 또 K리거에서 부활한 박주영(서울)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염기훈(수원)도 없었다.

유럽파의 경우 시즌 초반 어두운 소식이 많다. 기성용은 부상에서 갓 회복했고, 손흥민은 소속팀내 입지에서 변화가 있다. 3라운드를 치른 이청용은 1경기 교체 출전에 불과하다. 구자철은 2경기 모두 교체 출전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시선은 달라지지 않았다. 신뢰는 굳건했다. 그는 "기성용은 지난 주 금요일 직접 통화를 했는데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며칠 전부터 팀 훈련에 정상 합류한 것을 확인했다. 이청용도 최근 출전시간이 부족하지만 경기를 뛰는 몸 상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손흥민은 지난 주말 몸이 안 좋아서 못 뛰었고, 구자철도 마찬가지다. 대표팀이 집이라 생각해고 편하게 뛰면서 자신감을 갖고 복귀하는 곳이 됐으면 한다. 우리의 역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유럽 1부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벤치에 앉아있고, K리그에서는 주전으로 뛰는 선수 중 누가 낫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감독으로 선수의 능력에 큰 믿음을 갖고 있다. 리그 경기에 못 뛰어도 대표팀에서는 감독의 믿음에 보답해왔다. 리스크가 있지만 믿는 바가 있다"고 했다.

건강해진 슈틸리케호

슈틸리케호는 31일 정오 경기도 화성 롤링힐스 호텔에서 소집된다. 화성에서 라오스전을 치른 후 레바논 원정길에 오른다.

1차전에서 미얀마를 2대0으로 꺾은 한국은 라오스, 레바논전에서 전승을 노린다. G조 1위로 일찌감치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짓기 위해서는 순항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밀집 수비을 뚫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팀도 더 건강해졌다.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확대됐다. 기존의 손흥민 이청용에다 국내파인 이재성 권창훈 김승대 황의조 등을 전방위로 활용, 측면에서 해법을 찾을 계획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에 상대한 팀들은 공간을 내주지 않는 수비적인 플레이를 할 것으로 보인다. 밀집수비가 예상된다. 측면에서 흔들 수 있는 전형적인 측면 자원을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2차예선에서 단 한경기만을 치렀다. 승점을 더 쌓아야 예선 통과를 할 수 있다. 진지하게 경기를 준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슈틸리케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덧 우려가 아닌 믿음으로 채워지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슈틸리케호 라오스-레바논전 소집 명단(23명)

GK=권순태(31·전북) 김승규(25·울산) 김동준(21·연세대)

DF=곽태휘(34·알 힐랄) 임창우(23·울산) 홍정호(26·아우크스부르크) 장현수(24·광저우 부리) 김영권(25·광저우 헝다) 김진수(23·호펜하임) 김기희(26·전북) 홍 철(25·수원)

MF=기성용(26·스완지시티) 이청용(27·크리스탈 팰리스) 손흥민(23·레버쿠젠) 박주호(28) 구자철(26·이상 마인츠) 이재성(23·전북) 권창훈(21·수원) 정우영(26·빗셀 고베) 김승대(24·포항) 황의조(23·성남)

FW=이정협(24·상주) 석현준(24·비토리아)

※예비명단=이범영(26·부산) 김주영(27·상하이 상강) 김신욱(27) 정동호(25·이상 울산) 김민우(25·사간도스) 이종호(23·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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