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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위기가 남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김신욱(27·울산)과 이정협(24·상주)이 그간 걸어온 길이 그랬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 간판 공격수는 김신욱이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빛 전설'을 쓰면서 명실상부한 원톱의 자리에 서는 듯했다. 하지만 부상 악령을 피하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이 한창일 때 A대표팀의 새 수장이 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는 스쳐 지나갔다. 호주아시안컵의 꿈도 그렇게 날아갔다. 김신욱의 빈 자리를 채운 것이 이정협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선발이었기에 의심과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정협은 스스로의 실력으로 '우려'를 '환희'로 바꿔놓았다. 이정협은 호주아시안컵에서 원톱 역할을 맡아 준우승에 일조하며 '슈틸리케호의 황태자' 칭호를 받았다.
27일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 모습을 드러낸 두 공격수의 표정은 상반됐다. '최고참'으로 슈틸리케호에 첫 승선한 김신욱은 자신감이 넘쳤다. "이번 대표팀 구성을 보니 처음 합류하는 선수도 있고 경험이 전반적으로 적은 면도 눈에 띈다.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으로 하나가 되어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한다. 그게 내 의무이자 팀의 의무이기도 하다." 이정협은 자세를 낮췄지만 발톱까지 숨기진 않았다. "대표팀에 올 때마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감독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다."
경쟁 구도는 김신욱의 우위다. A매치 경험에서 이정협을 압도하는 데다 최근 컨디션까지 살아나고 있다. 동아시안컵에서 상대할 중국, 북한, 일본 모두 장신 공격수 방어에 취약한 편이다. 1m96 장신 김신욱의 활약을 기대해 볼 만한 부분이다. 러시아월드컵 본선 준비 과정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동아시안컵은 김신욱이 가미된 본격적인 전술 실험이라는 점에서 슈틸리케 감독에게도 중요한 승부수다. 이미 검증을 마친 이정협보다는 김신욱에게 역할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K리그와 A매치는 노는 물이 다르다. 1년 가까이 A매치를 뛰지 못한 김신욱이 얼마나 빨리 '감'을 잡느냐가 관건이다.
'원팀(One Team)'도 빠질 수 없다. 김신욱은 위력적인 공격수지만, 공존이 없다면 100%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효율'을 추구하는 슈틸리케 체제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점 역시 김신욱에겐 혼란스러울 만하다. 때문에 김신욱과 이정협이 공존하며 시너지를 내야 한다. 두 선수가 '동행'을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신욱은 "이정협은 좋은 경쟁자이자 동반자"라며 "경쟁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춰가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협 역시 "김신욱은 검증된 공격수다. 그와 달리 나는 부족한 면이 많다. 내가 감히 김신욱을 평가할 수는 없다"며 "'경쟁'보다는 내가 많이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싶다"고 했다.
김신욱과 이정협은 K리그, 한국 축구의 현재이자 미래다. '러시아로 가는 길'에 나란히 선 두 공격수가 선보일 하모니에 관심이 쏠린다.
파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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