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위기에서 빛난 초보 김도훈 감독의 긍정리더십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5-06-30 17:17 | 최종수정 2015-07-01 07:04





"오랜만에 맛있는 거 사먹고 영양 보충한 게 힘이 됐나 보죠."

인천 김도훈 감독은 지난달 28일 대전전에서 2대0 승리를 한 뒤 이렇게 농담을 섞었다. '선수단 임금체불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다시 상승세를 걷게 된 비결'을 묻는 질문을 받고나서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임금체불 사태는 여전히 미해결이다. 지난달 26일 선수단에는 5월분, 구단 사무국엔 4, 5월분 밀린 임금이 지급됐지만 6월분은 또 미뤄졌다.

선수단의 승리수당 등은 지난해부터 지급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가뭄에 단비처럼 밀린 임금이 나온 것에 만족해야 하는 게 현재 인천 구단의 처지다.

김 감독은 밀린 임금을 받은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웃음도 잃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좋아서 웃었을 리 만무하다. 속으로 가슴아프지만 밖으로는 긍정 마인드로 대처해야 하는 게 사령탑의 숙명이다.

초보 김 감독은 프로팀 사령탑 데뷔 첫해 임금체불이란 돌발변수를 만났다. 스포츠를 생계로 삼는 프로선수에게 사실 '돈'은 중요한 동기요인이다.

정과 의리를 앞세워 참아보자고, 일부러 위로의 덕담을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선수들간 불만이 커지고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의 선수단을 이끄는 사령탑으로서는 보통 난감한 게 아니다.

특히 초보 감독이라면 감수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감독 '김도훈'은 의연했다. 어려울 때 더 뭉친다고, 형님같은 마음 씀씀이와 긍정 리더십이 열악한 환경에서 더 빛나는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달 말 밀린 5월분 임금이 지급되기 전 '미소금융' 해결사를 자청했다. 인천 구단은 선수단 전용 숙소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선수들이 월세를 얻어 생활한다.

임금체불이 장기화되다보니 일부 선수는 월세도 내지 못해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들이 김 감독의 귀에 들어갔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월세나 생활비가 부족해서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급한 돈은 내가 도와줄테니 언제든지 필요하면 얘기하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선수들의 동요를 최소화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도 임금을 받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김 감독은 "그동안 벌어놓은 게 있으니 선수들보다 더 버틸 수 있지 않겠느냐"며 "생활고를 걱정하는 젊은 후배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들을 위로할 때에도 다른 화법을 구사한다. 단순히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욱 뭉치자". "헝그리 투혼을 발휘하자", "언젠가 나올 임금이니 낙심하지 말고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자"는 정도가 아니었다.

"재정 형편 어렵다고 성적까지 신통치 않으면 나중에 우리가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이런 상황을 딛고 좋은 성적을 거둬놓아야 나중에 우리가 더 떳떳하게 요구할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 우리의 당당한 모습을 보기를 원하는 인천 팬들을 먼저 생각하자."

김 감독은 "나도 현역에서 은퇴를 하고 생각해보니 '돈'보다는 선수로서의 성취감이 더 소중할 때가 많았다"면서 "스포츠에서는 정성을 다하면 언젠가는 보답이 돌아온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9일 인천 선수단은 구단의 주선으로 뷔페식당에서 모처럼 회식을 갖고 제2의 상승세를 위해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한 번 더 영양 보충한 인천 선수단이 '김도훈의 긍정 리더십'까지 등에 업고 시즌 초반의 돌풍을 재현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