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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샤-문창진 봉쇄령' 전남-포항의 90분 무승부 대혈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7-01 20:50



"전남이 최고조일 때 만났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지략가' 황선홍 포항 감독은 전남 원정 직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언은 적중했다. 1일 오후 7시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전남 드래곤즈-포항 스틸러스전, 제철가 더비에서 양팀은 로 비겼다.

경기 전부터 '잔디 신경전'을 펼쳤다. 황 감독은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패스플레이를 하려면 물도 좀 뿌려야하는데, 잔디가 길고 말라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3위 포항(승점 29)과 4위 전남(승점 27)의 승점차는 2점, 승패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양팀 사령탑은 총력전을 펼쳤다. 상대의 날선 창을 무디게 하는 방법을 집중 고민했다.

4경기 연속골을 기록중인 '경꼐대상 1호 윙어' 오르샤를 저지하기 위해 황 감독은 김준수를 내세웠다. "전북전에서 레오나르도를 잘 막아낸 준수를 믿는다. 비디오를 통해 오르샤의 스타일을 분석했다"고 했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2경기 연속골을 기록중인 문창진, 2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중인 손준호를 묶기 위해 김영욱을 내세웠다. 포항전 키플레이어는 "김영욱"이라고 선언했다. 터프하고 활동량이 많은 미드필더 김영욱에게 중원에서 포항의 패스길을 끊어낼 것을 명했다. "영욱이가 포항 원정에서 유일하게 골을 넣었다"고 했다. 올시즌 첫 포항 원정에서 전남은 1대4로 패했다. 이날 전남은 추가시간, 김영욱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만회골에 힘입어 영패를 면했다. 상대의 장점을 무력화시키는 양팀 사령탑의 지략대결은 첨예했다. 용병술은 적중했다. 김준수는 오른쪽 측면에서 오르샤를 묶어냈다. 티아고와 측면에서 협력수비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전반 중반 이후 왼쪽의 오르샤가 오른쪽의 안용우와 자리를 바꿨다. 김영욱 역시 중원에서 헌신적으로 뛰었다. 옐로카드를 불사했다. '투사' 김평래와 함께 볼란치로 서서 치열한 협력수비로 손준호, 문창진을 묶었다. 전반 양팀은 나란히 3개의 슈팅을 주고받았다. 유효슈팅도 나란히 1개씩 기록했다. 팽팽했다.

후반 3분 안용우의 왼발 슈팅에 이어 흘러나온 세컨드볼을 이종호가 쇄도하며 밀어넣으려 했으나 신화용 골키퍼의 손에 잇달아 막혔다. 슈퍼세이브였다. 후반 12분 티아고 대신 '원톱' 박성호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후반 15분 스테보가 얻어낸 프리킥을 오르샤가 강력한 오른발로 노려찼지만 크로스바를 넘어섰다. 이어진 현영민의 코너킥이 스테보의 머리를 맞췄지만 또다시 신화용의 손에 막혔다. 포항은 후반 29분 김승대를 빼고 모리츠를 투입했다. 후반 30분 노 감독도 교체카드를 빼들었다. 오르샤와 안용우, 양쪽 날개를 한꺼번에 바꿨다. 고병욱, 전현철을 투입했다. 그러나 전남은 8개의 슈팅을 쏘아올렸지만 끝내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전반 40분 포항의 역습 상황, 노련한 골키퍼 김병지가 스위퍼로 변신했다. 박스 바깥까지 질풍처럼 달려나와 상대 공격수를 제압하고 볼을 처리해냈다. 관중석이 후끈 달아올랐다.

전남은 2010년 7월10일 포항전(1대1 무) 이후 13경기 무승(5무8패) 징크스를 이어가게 됐다. '제철가 형제'가 한여름밤 90분 혈투끝에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다. 전남은 5경기 무패(3승2무), 포항은 3경기 무패(2승1무)에 만족해야 했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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