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 이적설, 진실은 없고 '설'만 넘친다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6-25 12:48 | 최종수정 2015-06-26 07:03


◇여름 이적시장이 가까워지면서 김신욱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과열경쟁 속에 근거없는 소문만 확대되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김신욱이 지난 4월 19일 인천축구전용구장서 열린 울산-인천 간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7라운드에서 1대1 무승부로 경기가 종료되자 아쉬워 하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소문만 요란하고 실체가 없다.

사방에서 울산 공격수 김신욱(27)의 이적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내년 말까지 울산과 계약된 김신욱은 올 초부터 유럽행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실제 유럽 뿐만 아니라 중국, 중동 등 각 지역에서 김신욱 이적을 위한 물밑 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풍문'이 '사실'로 둔갑해 김신욱 뿐만 아니라 울산 구단도 난감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간다

김신욱 측은 최근 해외 진출을 위한 물밑작업을 시작했다. 김신욱은 기존 에이전트 뿐만 아니라 유럽 무대와 연이 있는 관계자들에게 위임장을 내주고 제의를 기다리고 있다. '풍문'의 근원은 다수의 위임장이다. 김신욱 이적 작업이 '경쟁' 양상으로 흘러가자 주도권을 잡기 위해 '소문'을 흘리고, 이게 '이적제의'로 둔갑하고 있는 것이다. 레스터시티(잉글랜드) 이적설이 대표적이다. 김신욱의 에이전트인 FS코퍼레이션 관계자는 "3달 전에 레스터시티에서 여러 아시아 선수의 이름이 흘러나와 그냥 넘겼었다. 그런데 이게 '이적설'로 둔갑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에르순 야날 트라브존스포르 감독의 김신욱 영입 제의는 한술 더 뜬다. 야날 감독은 지난 21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인천 간의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를 관전했다. 그런데 경기 후 야날 감독이 직접 김신욱에게 이적제의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야날 감독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던 에이전트사 오앤디 측은 "야날 감독이 터키 대표팀 재임 시절 한국을 찾았다가 K리그 시장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 휴양차 가족들과 한국을 찾았고, K리그 경기도 보고 싶다고 해서 울산에 '단순방문' 목적을 설명하고 찾았던 것이다. 김신욱의 '김' 자도 거론하지 않았다"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과열경쟁과 정확한 확인 없는 재생산이 결국 '설'의 핵심이다.

오해가 비극을 부른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김신욱의 이적에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이다. '설'과 '부인'이 반복되면 결국 선수의 가치만 추락한다는 것이다. 유럽 이적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단순 해프닝에 그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거론된 팀들은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며 "유럽 축구계가 비유럽권, 특히 아시아 선수를 보는 시각을 감안하면 이번 설로 인해 김신욱의 유럽행 자체가 막힐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그라운드는 선수의 가치를 보여주는 '백화점'이다. 상품이 좋다면 손님은 소리소문 없이 알아서 찾아온다. 하지만 스스로 '세일'을 하면 눈길도 그만큼 줄기 마련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의 상황은 분명 잘못됐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김신욱과 울산은 조심스럽게 '이별'을 준비해왔다. 울산 구단 관계자는 "김신욱은 해외 이적 과정 진행상황과 위임장 발부 사실을 구단에 착실히 알려주고 있고, 구단도 그에 맞춰 윈-윈하는 조건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윤정환 울산 감독 역시 "좋은 무대에서 적절한 제의가 들어온다면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난무하는 '설'이 자칫 김신욱의 독자적인 행동으로 비춰지고, 울산이 이를 막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면 서로가 난감해 질 수밖에 없다. 아름다워야 할 이별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천리 길도 돌아가면 낫다

사실 김신욱이 유럽으로 달려가기에 부족함이 있는 게 사실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인천아시안게임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이후 닥쳐온 부상 탓에 반 년을 허송세월 했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 준우승의 투혼도 그의 몫이 아니었다. 김신욱이 올 시즌 현재 K리그에서 쓴 기록은 17경기 5골이 전부다. 리그 전체는 물론 팀 동료 양동현(29·울산·7골)에게도 밀리는 기록이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6월 A매치 2연전에서 김신욱을 괜히 외면한 게 아니다.

실제 김신욱 영입에 적극적인 곳은 유럽이 아닌 중동, 중국 구단들이다. 이들은 아시아쿼터(외국인 선수 외 아시아축구연맹 회원국 선수 1명 인정) 카드로 김신욱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다.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 멤버이자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경험한 김신욱의 기량은 이미 검증을 받았다. 상당한 조건을 준비한 채 김신욱을 주시 중이다.

유럽 축구계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재정적페어플레이(FFP) 시행 뒤 유럽 팀들 대부분이 비유럽권 선수 영입을 저렴하면서도 잠재력이 큰 저연령대로 잡고 있다"고 전했다. 20대 중반인 김신욱의 가치도 적지 않지만, 대부분의 공격수들이 전성기에 접어들 시기라는 점에서 당장 주전을 꿰찰 만한 팀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K리거들의 가치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중동, 중국 측의 사정은 다르다. 높은 연봉과 '주전'이라는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무대다.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중동, 중국에 돈이 몰리고 우수한 선수들이 영입되면서 유럽 스카우트들의 눈도 조금씩 쏠리고 있다"며 "당장 유럽행이 어렵다면 중동, 중국을 거쳐가는 방법도 나쁘진 않다"고 짚었다.

김신욱은 K리그, 한국 축구가 낳은 자산이다. 도전을 응원하되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태극마크를 짊어져야 할 김신욱 스스로도 무엇이 K리그,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길인 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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