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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전 분석]세트피스 2골, 하지만 미소지을 순 없었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6-16 23:17



이변은 허용하지 않았지만 환하게 미소지을 순 없었다.

슈틸리케호가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향해 출항했다. 첫 단추는 승리였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대한민국은 16일(이하 한국시각)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1차전에서 미얀마를 2대0으로 물리쳤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이 공을 들인 세트피스에서 2골이 나왔다. 선제골은 전반 34분 나왔다. 손흥민(레버쿠젠)의 코너킥을 이재성(전북)이 헤딩으로 응수, 포문을 열었다. 두 번째 골은 후반 22분 터졌다. 손흥민이 그림같은 무회전 프리킥으로 골네트를 출렁였다. 한국 축구의 간판 손흥민은 1골-1도움을 기록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월드컵 본선까지 갈 길이 멀다. 이제 첫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과제는 산적했다. 상대인 미얀마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3위(한국 58위)다. 세트피스를 제외하곤 눈을 사로잡는 흐름은 없었다.

UAE전과 왜 달랐나

슈틸리케호는 방콕 입성 전인 11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을 치렀다. 3대0 완승을 거뒀고, 실험도 성공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UAE전과 비교해 베스트 11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선수들이 UAE전에서 너무 잘해줘서 변화를 줘야 할 이유가 크게 없다."

변화는 있었다. 이용재(나가사키) 대신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상주 상무)이 선발 출격했다. 오른쪽 윙백에는 정동호(울산)가 아닌 김창수(가시와)가 투입됐다. 출발은 산뜻한 듯 했다. 전반 초반 날카로운 배후 침투로 미얀마의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전반 6분 염기훈(수원)이 때린 회심의 왼발 슈팅은 골대를 맞았다. 5분 뒤에는 손흥민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골키퍼가 골문을 비웠고, 골문에는 수비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슈팅은 수비수 몸맞고 다시 흘러나왔다.

골이 터지지 않자 윤활유처럼 돌아가던 공격이 전반 20분 이후부터 멈췄다. UAE전에서 혜성처럼 등장,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정우영(빗셀 고베)이 엇박자를 냈다. UAE전에서 그는 기성용(스완지시티)의 공백을 무색케했다. 하지만 이날 공격라인으로 연결되는 패스의 정확도는 떨어졌다. 볼 컨트롤 미스도 잦았다. 허리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힘든 흐름이 이어졌다.


이정협의 존재감도 희미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왜 이용재 대신 이정협을 선발로 선택했는지 의문분호가 달렸다. 이용재는 후반 34분 이정협 대신 투입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용재의 존재감이 더 빛났다.

세트피스와 밀집수비

슈틸리케 감독은 방콕 입성 후 세트피스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세트피스는 밀집수비를 허무는 가장 쉬운 통로다. 13일 훈련 후에는 취재진을 향해 세트피스 훈련의 자세한 묘사를 피해달라고 요청했다. 14일에는 비공개훈련을 실시했다. 기대를 모았던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수원)은 침묵했다. 1992년생 듀오 손흥민과 이재성이 2골을 합작한 것은 소득이다.

개선해야 할 가장 큰 숙제는 역시 밀집수비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필드골이 없었던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미얀마는 최전방 스트라이커 1명을 제외하고 9명이 수비에 가담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전반 중반 이후 칼날이 무뎌진 이유는 기본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미얀마는 측면 뒷 공간에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골이 들어가지 않자 측면이 아닌 밀집이 된 중앙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다. 공격 전개 속도가 느려지면서 측면에서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패스 타이밍도 실기하면서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워졌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은 5개팀씩 8개조로 나뉘어 진행된다. 각 조 1위 8개팀은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각 조 2위를 차지한 8개팀 중 성적순으로 상위 4개팀이 최종예선에 합류한다. 한국은 미얀마, 레바논, 쿠웨이트, 라오스와 함께 G조에 포진해 있다.

G조 '절대 1강'은 역시 한국이다. 2차 예선내내 밀집수비와 싸우고 또 싸워야 한다. 미얀마전은 정답이 아니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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