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등극' 최용수 감독의 용병술, 선수들도 춤을 췄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6-10 21:37 | 최종수정 2015-06-11 07:35


16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FC서울과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를 열렸다. FC서울 박주영이 후반 팀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최용수 감독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는 박주영.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5.16

FC서울의 상승곡선이 가파르다.

1분 사이에 연출된 '서울 극장'에 K리그 선두권 경쟁 구도가 재편됐다. 한때 10위권 밖으로 추락했던 서울이 2위에 올라섰다. 서울은 1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대전과의 원정경기에서 2대1로 역전승했다. 이 경기는 당초 지난달 23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서울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 2차전 원정경기로 연기됐다.

경기 전 두 팀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6일 '절대 1강' 전북을 2대1로 제압한 최용수 서울 감독은 "오히려 위험한 경기다. 2위라는 순위는 머리 속에 없다. 자칫 잘못되면 흐름이 끊어질 수 있다. 자심감은 갖되 자만심은 버려야 한다. 한 골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전의 소방수로 등장한 최문식 감독은 첫 승이 절박했다. 그 제물이 서울이라면 금상첨화였다. "1무1패를 했으니 오늘은 이겨야 한다. 볼점유율을 높이면서 갖고 놀아보려고 한다. 부상 선수 등 여건이 좋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좋아지면서 팀이 바뀔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용수 감독은 변화를 주지 않았다. 전북전 베스트 11 그대로였다. 전반 초반부터 박주영과 정조국, 투톱을 앞세워 강력하게 몰아쳤다. 하지만 상대의 골문 앞에서 번번이 걸렸다. 박주영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시뮬레이션으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전반은 0-0으로 끝이 났다. 후반 최용수 감독이 먼저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시작과 함께 몰리나, 6분 윤주태를 차례로 투입했다. 최문식 감독은 후반 7분 간판 킬러 아드리아노를 출격시켰다. 아드리아노의 날카로운 역습에 승부는 안갯속이었다. 서울도 몰리나, 박주영이 잇따라 슈팅을 날리며 대전을 압박했다. 하지만 지독한 골불운에 울었다.

후반 35분 마침내 빗장이 풀렸다. 선제골은 대전의 몫이었다. 황인범의 강력한 슈팅이 이웅희의 몸맞고 그대로 골문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서울의 연승행진이 2경기, 무패 행진은 7경기(4승3무)에서 멈추는 듯 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후반 39분 마지막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오랫만에 에벨톤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대역전극의 시발점이었다. 최용수 감독은 스리백의 중앙에 포진한 박용우를 전진, 배치했다.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했다. 중원과 공격에 숫자를 늘렸다.

후반 43분 '서울 극장'의 막이 올랐다. 최용수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몰리나의 자로잰듯한 크로스를 에벨톤이 헤딩으로 화답,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1분 뒤 박주영의 패스를 받은 윤주태가 역전 결승골을 작렬시켰다. 반박자 빠른 슈팅에 대전 골키퍼도 어쩔 수 없었다.


박주영은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전을 기록했다. 2005년 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2008년 8월 프랑스 리그의 AS모나코로 이적하기 전까지 91경기에 출전했다. 3월 11일 서울에 다시 둥지를 튼 그는 A매치 브레이크 기간을 거쳐 4월 4일 제주전에서 K리그 복귀전을 치렀다. 대전전이 9번째 출전 경기였고, 100경기를 채웠다. 그는 윤주태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100경기 출전을 자축했다.

승점 25점을 기록한 서울은 한 경기를 덜 치른 수원을 3위(승점 24)로 밀어내고 2위로 우뚝 올라섰다. 선두 전북(승점 32)과의 승점 차는 7점이다. 최용수 감독은 "힘든 고비에서 일심동체가 돼 헤쳐나가자는 굳은 의지가 반영됐다. 선수들의 투혼에 감사하다"며 "매 시즌 초반 서울답지 않은 순위로 출발했다. 선수는 물론 팬들도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묵묵히 인내하고 싸우고 또 싸웠다. 한 시즌을 치르려면 2~3차례 위기는 온다. 우리는 초반 에러를 많이 냈다. 현재의 순위표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 우리의 힘을 믿고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대전=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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