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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래터의 회장 사퇴, 미국은 왜 칼을 빼들었나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5-06-04 07:01


ⓒAFPBBNews = News1

돈으로 흥한 자, 돈으로 망했다. 제프 블래터 FIFA회장의 사임. 핵심은 역시 돈이었다.

블래터는 1998년 FIFA의 정권을 잡았다. 다들 놀랐다. 레나트 요한슨 당시 유럽축구연맹(UEFA)회장의 당선이 유력했다. 블래터 당선의 이면에는 전임 후안 아벨란제 회장의 비호가 있었다. FIFA사무총장이었던 블래터는 아벨란제 회장의 치부를 낱낱이 알고 있었다. 비리를 덮는 조건으로 아벨란제 회장과 딜을 했다.

블래터의 정권 유지책도 결국 돈이었다.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에게는 돈을 퍼줬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축구 약소국들이 수혜를 입었다. 모든 회원국 축구협회에 매년 8억원 가량을 지급했다. 약소국 입장에서는 큰 돈이었다. 블래터의 노림수는 적중했다. FIFA회장을 뽑는 총회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각 협회는 1표씩을 행사했다. 아프리카축구연맹(CAF·54개국)과 아시아축구연맹(AFC·46개국) 소속 국가 상당수가 블래터를 지지했다. 축구 강국들이 모인 유럽축구연맹(UEFA·53개국)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돈에 발목이 잡혔다. 2010년 12월 러시아와 카타르가 각각 2018년 월드컵과 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다. 이 과정에서 뇌물 수수 정황이 드러났다. 2011년 2월 FIFA윤리위원회는 FIFA집해위원인 아모스 아다무(나이지리아)와 레이나스 테마리(타히티)가 월드컵 유치와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며 각각 3년과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2011년 5월 FIFA회장 후보였던 모하메드 빈 함맘과 잭 워너 FIFA부회장이 나란히 영구제명됐다. 하지만 논란은 해소되지 않았다. FIFA의 비리를 더욱 철저하게 조사해야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2012년 7월 블래터는 마이클 가르시아 전 뉴욕주 검사를 FIFA 윤리위원회 수석 조사관으로 선임했다. 그만큼 자신이 깨끗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블래터는 오판을 했다. 가르시아는 블래터의 입맛대로 움직일 인물이 아니었다. FIFA의 비리를 철저하게 조사했다. 2014년 11월 가르시아 조사관은 430페이지에 달하는 부패 관련 보고서를 완성, FIFA에 전달했다. 하지만 FIFA는 이 가운데 42페이지만 공개했다. 보고서가 제기한 내용 가운데 상당수가 무혐의라고 부인했다. 가르시아 조사관은 FIFA의 처사에 분노했다. 그는 "사실과 결론을 철저하게 왜곡했다"며 조사관직에서 사임했다.

결국 미국 사법당국이 나섰다. 미연방수사국(FBI)은 스위스 검찰의 공조 아래 5월 28일 스위스 취리히 바우어 오락 호텔을 급습했다. FIFA고위직 9명, 미국과 남미 스포츠마케팅 회사 간부 4명, 뇌물수수 중재자 1명 등 총 14명이 체포, 미국으로 송환됐다. 이 가운데는 제프리 웹 OFC(오세아니아축구연맹) 회장 겸 FIFA 대표 부회장, 코스타스 타카스 CONCACAF(북중미축구연맹) 회장, 워너 전 부회장 등이 있었다. 같은 날 FBI는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CONCACAF 본부를 압수 수색했다. 미 법무부는 이들에게 공갈, 온라인 금융사기, 돈세탁 공모, 탈세, 국외계좌 운영 등 47개에 댈하는 부패혐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뇌물 수수 행위에서 미국 은행 계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법에 따르면 미국 은행 계좌를 통해 뇌물이 오갈 경우 당사자들이 해외에 있어도 체포해 죄를 물을 수 있다.

미국이 나선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들이 오간다. 우선 가르시아 조사관이 미국으로 돌아온 뒤 미 법무부 주요 인사와 접촉해 FIFA의 비리를 고발했다는 설이다.

또 하나의 설은 미국 출신인 척 블레이어 전 CONCACA사무총장 개입설이다. 블레이어 전 사무총장은 블래터 회장의 오른팔이다. 하지만 과거 FIFA와 CONCACAF로부터 영구추방됐다. 사기를 통한 부정 재산 축적 때문이었다. 미국에서도 세금 문제로 범죄자 리스트에 올랐다. 그러자 블레이어가 미국 사법당국과 일종의 사법거래(폴리바게닝)를 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 설은 FIFA의 스폰서들이다. FIFA공식 스폰서 가운데 4개(비자카드, 버드와이저, 코카콜라, 맥도날드)가 미국 기업이다. 이들은 최근 FIFA의 부정부패때문에 자신들의 이미지가 부정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불만을 표출해왔다. 때문에 미국 법무부가 자국 기업 이익 보호를 위해 나섰다는 설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블래터 회장은 눈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FIFA회장 선거에 나서 5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결국 수사가 턱밑까지 진행됐다. 미 법무부는 2010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남아공 축구협회가 워너 전 부회장에게 건낸 1000만달러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미 2일 제롬 발케 FIFA사무총장을 불러 조사했다. 발케 사무총장은 블래터의 오른팔이다. 결국 자신의 턱 바로 아래까지 조사의 칼날이 도달하자 블래터는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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