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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할때는 은중이형처럼 대전에서 하고 싶어요."
'원조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이 K리그에 발을 들인지도 어느덧 18년이나 됐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최은성 김은중 이관우 등 '레전드'들이 대전의 역사를 수놓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그 명맥이 끊겼다. 이렇다할 프랜차이즈 스타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K리그 클래식으로 돌아온 2015년, 최하위의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자라나고 있다. '유스 출신' 황인범(19)이 주인공이다.
황인범의 골이 의미가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대전 유스 출신으로 만든 첫번째 골이라는 점이다. 대전은 K리그 챌린지 강등 이후 유소년 육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없는 살림에서도 환경개선과 우수선수 집중육성 등 적극적인 투자를 했다. 그 결과물이 황인범이다. 대전에서 태어난 황인범은 대전 시티즌 산하 유소년클럽 유성중-충남기계공고를 거쳤다. 지난해에는 K리그 주니어 시즌 베스트11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재민 선수단 운영팀장은 "처음부터 눈에 띄는 선수였다. 지역 출신의 선수들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인범이가 그 시작이다. 유스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유스 출신 선수들 중 세계적인 선수가 배출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황인범 역시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은 생각도 안했다. 바로 대전으로 가고 싶었다"며 "내가 잘해야 더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다.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각오를 보였다.
황인범은 올시즌 5경기에 출전하며 조금씩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든든한 지원군까지 등장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최문식 감독이다. 최 감독은 취임 후 인터뷰에서 황인범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최 감독은 16세 이하 대표팀 감독 시절 그 전까지 한번도 연령대 대표팀에 뽑힌 적이 없던 황인범을 직접 발탁한 바 있다. 황인범은 최 감독이 취임 후 처음으로 관전한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황인범은 "최문식 감독님이 될 수 있다는 얘기 나올때부터 기대가 많았다. 16세 때 함께 해봐서 나한테도 기회 올 수 있겠구나 했다"고 했다. 최 감독과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황인범은 "대표팀에서 기회를 많이 주셨다. 한번은 연습경기에서 안일한 플레이를 했다. 경기 끝나고 비디오 미팅에서 안일하게 뛰는 장면을 멈추고 '황인범, 내가 너 잘못 본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정말 무서웠다. 그때 이후로 더 열심히 뛰게된 것 같다"고 했다.
황인범의 목표는 다른 신인 선수들과 다르지 않다. 보다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과 보다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것, 그리고 언젠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한가지가 더 있다. 대전이 키운 선수답게 대전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는 점이었다. 황인범은 "내가 열심히 한다면 언제가 빅클럽에 갈수도 있고, 유럽에서 뛸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는 은중이형처럼 꼭 대전에서 하고 싶다. 이건 약속이자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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