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스 1호골' 황인범 "은중이형 같은 레전드 되고 싶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6-04 07:00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은퇴할때는 은중이형처럼 대전에서 하고 싶어요."

'원조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이 K리그에 발을 들인지도 어느덧 18년이나 됐다.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최은성 김은중 이관우 등 '레전드'들이 대전의 역사를 수놓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그 명맥이 끊겼다. 이렇다할 프랜차이즈 스타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K리그 클래식으로 돌아온 2015년, 최하위의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자라나고 있다. '유스 출신' 황인범(19)이 주인공이다.

황인범은 지난달 30일 포항과의 13라운드에서 전반 45분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K리그 데뷔골이자 동시에 대전 최연소 득점 기록을 경신하는 귀중한 골이였다. 기존 최연속 득점 기록은 서명원이 지난해 세운 18세 346일였다. 황인범은 이 기록을 1년만에 18세 253일로 단축시켰다. 황인범은"경기 2~3일 전부터 윤균상 코치가 '너 포항전에서 무조건 데뷔골'이라고 하셨다. 경기 당일에도 엉덩이 쳐주시면서 '오늘 들어간다'고 자신감을 주셨다. 그게 현실이 됐다"며 "골을 넣으면 어떤 세리머니를 할까 생각을 많이 했다. 원래 서포터스 앞에 가서 하트를 하려고 했는데 막상 골이 들어가니까 아무 생각도 안났다. 그냥 벤치에 가서 밋밋한 세리머니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웃었다.

황인범의 골이 의미가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대전 유스 출신으로 만든 첫번째 골이라는 점이다. 대전은 K리그 챌린지 강등 이후 유소년 육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없는 살림에서도 환경개선과 우수선수 집중육성 등 적극적인 투자를 했다. 그 결과물이 황인범이다. 대전에서 태어난 황인범은 대전 시티즌 산하 유소년클럽 유성중-충남기계공고를 거쳤다. 지난해에는 K리그 주니어 시즌 베스트11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재민 선수단 운영팀장은 "처음부터 눈에 띄는 선수였다. 지역 출신의 선수들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인범이가 그 시작이다. 유스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유스 출신 선수들 중 세계적인 선수가 배출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황인범 역시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은 생각도 안했다. 바로 대전으로 가고 싶었다"며 "내가 잘해야 더 많은 후배들에게 기회가 갈 수 있다.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각오를 보였다.

황인범은 올시즌 5경기에 출전하며 조금씩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든든한 지원군까지 등장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최문식 감독이다. 최 감독은 취임 후 인터뷰에서 황인범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최 감독은 16세 이하 대표팀 감독 시절 그 전까지 한번도 연령대 대표팀에 뽑힌 적이 없던 황인범을 직접 발탁한 바 있다. 황인범은 최 감독이 취임 후 처음으로 관전한 경기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황인범은 "최문식 감독님이 될 수 있다는 얘기 나올때부터 기대가 많았다. 16세 때 함께 해봐서 나한테도 기회 올 수 있겠구나 했다"고 했다. 최 감독과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황인범은 "대표팀에서 기회를 많이 주셨다. 한번은 연습경기에서 안일한 플레이를 했다. 경기 끝나고 비디오 미팅에서 안일하게 뛰는 장면을 멈추고 '황인범, 내가 너 잘못 본 것 같다'고 하시는데 정말 무서웠다. 그때 이후로 더 열심히 뛰게된 것 같다"고 했다.

황인범의 목표는 다른 신인 선수들과 다르지 않다. 보다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것과 보다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것, 그리고 언젠가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한가지가 더 있다. 대전이 키운 선수답게 대전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는 점이었다. 황인범은 "내가 열심히 한다면 언제가 빅클럽에 갈수도 있고, 유럽에서 뛸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는 은중이형처럼 꼭 대전에서 하고 싶다. 이건 약속이자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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