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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력은 대단했다.
그의 골 소식에 K리그가 출렁였다. 포털사이트의 골영상 재생수는 50만회를 훌쩍 넘었다. K리그에선 이례적이다. 박주영(서울)이 빚은 작품이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머릿속이 복잡했다. 경기를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수정했다. 고질인 무릎에도 이상징후가 있었다. 무릎에 물이 찼다. 박주영이 짊어 진 심적 부담도 간과할 수 없었다. 최 감독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결정했다. 박주영은 재활 훈련에 들어갔다. K리그 3경기와 FA컵 1경기를 건너 뛰었다. 복귀전이 전남전이었다. 약 한 달만에 빛을 봤다. "재활 기간 동안 많은 공을 들였다. 이전과는 다른 동작들을 보여주고 있다. 주영이가 원톱으로 들어가면 팀에 안정감을 준다. 찬스가 왔을 때 본인이 마무리하거나 연결해 주는 판단력을 갖고 있기에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최 감독의 바람이었다.
최 감독은 팀이 2-0으로 앞서 상황에서 박주영을 호출했다. 벤치, 동료는 물론 팬들도 고대하던 드라마가 나왔다. 후반 30분이었다. 박주영은 특유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으로 라인을 허물었고, 고명진의 패스가 발끝에 걸렸다. "슈팅을 할지, 접을지 고민을 했다. 슈팅 판단이 느렸다." 박주영의 설명 그대로였다. 그는 수비수 2명 앞에서 드리블 대신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볼은 수비수 맞고 흘러나왔다. 다행히 박주영의 발끝에 떨어졌다. 그의 앞에는 전남 골키퍼 김병지 뿐이었다. 서두르지 않았다. 반대편 골대를 향하는 김병지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포착한 후 가까운 골대쪽으로 슈팅을 연결했다. 골이었다. 주장 차두리는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낸 박주영을 번쩍 들어올렸다. 동료들도 모두 달려가 첫 필드골을 축하했다. 박주영이 K리그에서 필드골을 터트린 것은 2008년 3월 15일 전북전 이후 2618일 만이다. 2008년 4월 6일 광주 상무전에서 터트린 골은 프리킥에서 나왔다. 인천전에서 패널티킥으로 첫 골을 터트린 그는 올 시즌 K리그에서 2호골을 기록했다.
박주영은 "감독님도 어떻게 보면 통큰 판단이었다. 휴식을 줘 개인적으로 몸을 만들 수 있었다.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좋은 결과로 이어져 다행"이라며 "골은 운이 많이 따랐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분명 있다. 동료들이 부족함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고, 편안하게 해준다.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컨디션을 빨리 더 끌어올려서 팀이 힘들 때 도움이 되고 싶다. 좀 더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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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골 뿐이 아니었다. 전남전은 종합선물세트였다. 전남을 3대0으로 완파한 서울은 K리그에서 첫 연승, 첫 멀티골을 기록했다. 승점 15점을 기록한 서울은 10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순위는 숫자에 불과하다. 3위 제주가 승점 15점이다. 무려 5개팀(제주, 포항, 성남, 인천, 서울)의 승점이 똑같다.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서울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이어 K리그에서도 제 모습을 찾았다. 서울의 시즌은 지금부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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