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국 경마를 이끌어갈 '혈맥' 주도권을 놓고 한판승부가 펼쳐진다.
삼관경주 두 번째 관문이자 차세대 명마들의 산실인 코리안더비가 17일 경기도 과천의 렛츠런파크서울 제9경주(1800m)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경마를 대표하는 3세 준족 13마리가 부마(씨수말)의 명예를 걸고 격돌한다. 자마(새끼말)들이 경마에서 거둔 성적에 따라 씨수말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막대한 상금이 걸린 코리안더비는 사실상 제주도에서 생산 활동을 하고 있는 씨수말들의 대리전으로 볼 수 있다.
'메니피'는 국내서 가장 비싼 시수말이다. 현역시절인 1998~1999년 미국서 11차례 대회에 출전해 우승 5회, 준우승 4회, 3위 1회의 성적을 올렸고, 수득상금만 173만2000달러(약 19억원)를 벌었다. 1회 교배료 최대 5억원, 생애 총 교배료 1400억원을 받은 최고 종마였던 조부 '스톰 캣'의 피를 물려받은 덕택이다.
'메니피'가 그동안 우수한 자마를 배출해왔으나, 세월의 흐름까지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컬러즈플라잉'은 지난 4월 'KRA컵 마일'에서 '라팔' '돌아온현표'가 1, 2위를 차지하며 주가가 급등한 케이스다. '컬러즈플라잉'이 배출한 43두의 자마 중 17두가 우승을 맛?R다. 데뷔 2년차 씨수말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이다. '컬러즈플라잉'의 부친은 1회 교배료 15만달러(약 1억6000만원)였던 '에이피인디'다. 2011년 씨수말 생활을 은퇴한 '에이피인디'는 미국 삼관마인 '시애틀 슬루'의 자마로 현역시절 '벨몬트 스테익스', '브리더스컵 클래식' 등에서 우승하며 미국 올해의 경주마에 선정됐고, 은퇴 후에는 약 20년간 씨수말로 활동하며 총 135두의 그레이드급 경주 우승마를 배출해 두 번이나 미국 리딩사이어에 올랐다.
'트리플나인(부경·3·수·마주 최병부)'의 부마인 '엑톤파크'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역시절 G1, G2경주 우승마인 '엑톤파크'는 3세 때 출전한 슈퍼더비에서 '메니피'를 압도하며 우승하는 등 뛰어난 기량으로 사랑 받았다. 미국서 현역통산 우승 6회, 2위 4회, 수득상금 153만달러(약 16억원)를 기록했고, 은퇴 뒤 2005년 미국 2세 씨수마 25위에 오르기도 했다. 2009년 한국에 진출해 '미스터파크' '인디밴드' 등을 배출하며 올해 교배료가 1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동안 국내 경마가 마사회 소유 특정 씨수말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최근 민간 목장 주도의 우수 씨수말, 씨암말이 대거 도입되어 경주마 생산에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마애널리스트 심호근씨는 "민간목장 씨수말들의 자마가 좋은 성적을 내면서 '메니피' 등 한국마사회 씨수말의 자마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는 국내 경마 혈통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올해 코리안더비는 향후 한국경마의 혈통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내다봤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