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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매치는 뼈아팠다.
최용수 FC서울 감독도 참패에 말을 잊었다. 그는 "어떤 변명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서울은 18일 수원월드컵기장에서 벌어진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수원과의 원정경기에서 1대5로 대패했다. 수원의 '역사적인 대승'이었지만, 서울은 '역사적인 눈물'이었다. 2000년대 이후 첫 4골차 승부였다. 16년 만에 최다골 차 타이를 기록했다. 수원은 서울의 LG시절인 1999년 3월 20일 슈퍼컵과 그 해 7월 21일 정규리그에서 각각 5대1, 4대0으로 완승했다.
최 감독은 광저우 헝다와의 일전에 앞서 20일 상암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슈퍼매치의 후유증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선수들이 심적으로 여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그와는 달리 ACL은 다르게 접근할 것"이라며 "상대는 광저우 헝다고 좋은 팀이다. 더 강하게 맞서야 한다. 광저우가 가시마 원정에서 패배했듯이 축구공은 둥글다.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른다. 살아남겠다는 의지로 뭉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슈퍼매치에서 부상한 차두리가 결장한다. 그는 오른 종아리 근육이 부분 파열된 것으로 나타났다. 2~3주간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최 감독은 "상대 스리톱은 뛰어난 능력을 갖췄고, 전체적인 공수밸런스도 좋다. 차두리의 공백을 대신해 그동안 출전하지 못했던 1~2명 선수를 기용할 계획이다. 자신감을 갖고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리고 "죽음의 조인 H조에서 최강팀을 만나 후회없는 경기를 하겠다. 죽음의 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승점을 가져와야 한다. 선수들이 지쳐있는 상태지만 자신감과 집중력을 앞세워 경기하겠다. 광저우 헝다에는 갚아줘야 할 빚도 있다. 축구가 개개인의 능력으로 판가름 날 수 있지만 우리가 팀으로 뭉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투지를 불태웠다.
웨스턴 시드니와의 4차전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경기 종료 직전 이웅희 발리슛이 포물선을 그리며 시드니 수문장 코비치의 손을 맞고 골문으로 향했다. 코비치가 뒤는게 볼을 잡았지만 이미 골라인을 넘어간 뒤였다. 그러나 주심은 득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2대1로 역전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승점 3점이 1점이 돼 버렸다. 서울은 8일 노골 판정에 대한 항의 공문을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발송했다. 최 감독은 "아쉬운 오심이 나왔다. 골로 인정됐다면 유리한 상황에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크게 개의치 않는다. AFC로부터 공식 서한을 받았고, 보는 각도에 따라 주심과 부심이 못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충분히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슈퍼매치에서 5실점했다. 분위기 전환은 물론 수비 안정화가 최우선 과제다. 최 감독은 "지난 1년 동안 스리백을 통해 수비 안정을 줬다. 그러나 득점력 빈곤으로 포백으로 전환했다. 내일 경기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상대의 무서운 공격력을 차단하기 위해 스리백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선수들의 집중력과 협동심, 절대 지지않겠다는 승리의 의지가 우선이다. 전술의 다양성을 선수들이 인지하고 있다. 내일 경기를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힘든 일정속에 선수들이 정신적, 체력적으로 지쳐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일 경기에서는 뛸 수 있는 선수를 과감하게 기용할 생각이다. 포메이션에 대해서는 머리 속에 갖고 있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전술을 들고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골키퍼 유상훈이 동석했다. 김용대가 슈퍼매치에서 5실점 해 골키퍼 포지션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는 "내일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선수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중국 원정가서 진 빚도 있다. 내일 진 빚을 갚기 위해 준비를 잘 하겠다"며 "수원전은 이미 지나간 경기다. 광저우전을 대비하는 입장이다. 그동안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기회가 온다면 간전할 마음이 크다. 골을 먹지 않는 것이 목표다. 골만 먹지 않으면 공격수들이 골을 넣을 것이다. 공격수들을 믿고 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저우 헝다와는 악연이다. 서울은 2년 전 원정 다득점에서 밀려 아시아 정상을 광저우 헝다에 내줬다. 준우승의 눈물을 삼켰다. 올 시즌 조별리그 1차전 원정경기에서도 0대1로 분패했다. 광저우 헝다전은 16강 진출의 분수령이다. 슈퍼매치의 후유증도 털어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