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의 변화 적중, 연패 탈출+결정력 부재 해법 '제로톱'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04-15 21:36 | 최종수정 2015-04-16 07:51



15일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포항-전남의 67번째 '제철가 더비'.

이날 공교롭게도 황선홍 포항 감독과 노상래 전남 감독의 스쿼드 변화가 겹쳤다. 그러나 그 상황과 의미는 달랐다. 포항은 시즌 첫 연패에서 벗어나야 했다. 황 감독의 변화는 '칼'을 의미했다. 시즌 개막전부터 5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라자르를 아예 명단에서 제외했다. 대신 '조커' 티아고를 선발 출전시켰다. 공격수 고무열도 뺐다. 23세 이하 대표인 문창진에게 시즌 처음으로 선발 기회를 부여했다. 경기 전 황 감독은 "상황이 안좋아서 변화를 택했다.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황 감독이 강조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밸런스 축구'였다. 2011년부터 갈고 닦으면서 2013년 '더블(한 시즌 리그와 FA컵 동시 우승)'을 달성한 원동력이었던 '스틸타카'의 부활을 원했다.

황 감독은 11일 제주 원정전에서 패한 뒤 선수들과 1대1 면담을 가졌다. 선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포항 특유의 색깔이 살아나지 않는 이유와 골 결정력 부재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애썼다. 황 감독은 시즌 초반 100%의 조직력은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과 정상궤도로 올라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 알고 있었다. 다만,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키는 것이 필요했을 뿐이다. 황 감독은 "우리 색깔을 내야 한다.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한 라운드는 돌아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더 처지면 안되기 때문에 승점 관리가 중요하다. 길게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플레이에 집중하려고 한다. 전북전보다 제주전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패해도 우리 플레이를 하면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감독의 변화는 1년 농사를 위한 초석 다지기였다. 노 감독은 "5라운드까지 미드필드 조합에서만 변화를 줬다면 6라운드는 로테이션 변화의 시점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1년을 봤을 때 변화의 시점을 포항전에서 선택하게 됐다. 젊고 빠른 경기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노 감독은 베테랑 골키퍼 김병지를 비롯해 수비수 방대종 현영민, 공격수 스테보를 출전 명단에서 아예 제외시켰다.

뚜껑이 열렸다. 양팀 사령탑의 얼굴은 '극과 극'이었다. 포항은 황 감독이 바라는 경기력이 드디어 나왔다. 원톱이 사라진 공격진은 제로톱으로 운영됐다. 앞선 경기보다 빠르고 조직적인 공격이 펼쳐졌다. 문창진 이광혁 김승대 티아고가 활발한 포지션 체인지를 펼치면서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편 전남의 포백 수비진을 괴롭혔다. 무엇보다 포어 체킹(전방 압박)의 질이 달라지면서 포항은 공격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었다.

기다리던 골은 전반 32분에 나왔다. 선제골의 주인공은 황 감독의 히든카드 문창진이었다. 시즌 데뷔골이었다. 포항의 젊은 피들은 후반에 더 높이 날았다. 손준호는 후반 15분과 후반 17분 멀티골(2골)을 쏘아올렸다. 후반 32분에는 김승대가 팀의 네 번째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 동안 5경기에서 5골밖에 넣지 못한 것을 전남전에서 한풀이라도 하듯 높은 골 결정력을 보여준 포항이었다.

결국 포항다운 축구의 핵심은 '제로톱'이었다.

포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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