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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5m에 불과한 전남 목포의 목포축구센터. 광주의 2015년 첫 홈경기 상대인 전북은 생소한 환경과 마주했다. 관중석은 4000여석(3064명 입장)에 불과했고, 관중들과 거리가 축구전용구장보다 더 가까웠다. 경기 중, 선수들은 관중의 외침을 모두 들을 수 있었고 선수들의 대화는 관중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광주가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준비로 홈구장인 광주월드컵경기장을 리모델링 하면서 임시 홈으로 쓰게 된 목포축구센터에서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광주와 전북의 K리그 클래식 경기는 마치 동계전지훈련의 연습경기와 같은 환경에서 시작됐다.
전북에 불리함은 이뿐 만이 아니었다. 체력에서도 광주보다 불리한 여건이었다. 전북은 지난 8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빈즈엉(베트남) 원정에 다녀온 뒤, 이틀 휴식 후 경기에 나섰다. 반면 광주는 목포축구센터에서 합숙을 한다. 경기장까지 이동에 5분도 걸리지 않는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광주의 전력도 최 감독에게는 큰 경계대상이었다.
뚜껑이 열렸다. 최 감독의 우려는 기우였다. 전북이 광주 원정경기에서 3대2로 역전승을 거두며, 지난해 9월 6일부터 이어 온 무패행진은 '20경기(15승5무)'로 늘렸다. 이날 승리로 승점 13(4승1무)을 기록한 전북은 울산(승점 11)을 제치고 클래식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전북이 불리한 여건을 딛고 승리를 거둔 것은 최 감독의 철저한 준비 덕분이었다. 최 감독은 일찌감치 '원톱 이동국' 카드를 광주전 핵심 전술로 준비했다. 최 감독은 이동국을 비롯해 이재성, 한교원 김기희 이주용 김형일 등 주축 멤버 6명을 베트남 원정명단에서 제외했다. 광주전에 대비한 숨고르기였다. 이어 선수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줬다. "광주의 돌풍이 우연이 아닌 실력이다. 경기력을 갖춘 선전이니 모두 경계해야 한다."
최 감독은 '전주 대기조' 6명을 광주전 선발로 내세웠다. 기대대로 효과가 컸다. 전북은 전반 초반에 익숙하지 않은 그라운드에 고전했지만 '전주 대기조'의 활약으로 역전승을 수확했다. 전반 21분 조용태에게 선제골을 내준 전북은 전반 중반부터 제 페이스를 찾으며, 전반을 2-1로 앞선채 마쳤다. 전반 41분 레오나르도가 이재성의 도움을 받아 동점골을 기록했고, 전반 45분에는 한교원이 역전골을 쏘아 올렸다. 후반에도 전북의 공세는 이어졌다. 후반 9분 레오나르도가 한교원의 도움을 받아 세 번째 득점을 터트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날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선수들이 모두 최 감독이 광주전을 위해 아껴둔 자원이었다. 2골을 기록한 레오나르도는 빈즈엉 원정에서 교체 출격해 35분만 소화했다. 1골-1도움을 올린 한교원, 1도움의 이재성 모두 '전주 대기조'의 일원이었다. 이동국 역시 클래식에서 첫 선발 출전해 광주의 수비진을 유린하며 제 역할을 해냈다.
최 감독에게는 승리의 기쁨이 두 배였다. 철저하게 광주전에 대비한 로테이션 전략이 통했다. 이어 지난해에 이어 자신의 생일에 제자들이 2년 연속 승리를 선사해 기쁨이 더욱 컸다. 최 감독은 "광주전이 중요했기에 많은 선수들을 베트남에 데려가지 않았다. 조직력이 좋은 광주전을 앞두고 신경이 많이 쓰였다. 조직력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았지만 선수들이 생일 선물로 승리를 따내 줘 고맙다"며 웃음을 보였다.
목포=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