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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열심히 하다보니까 이런 기록도 세우네요."
김규태(33·경주한수원)이 내셔널리그의 새 역사를 썼다. 4일 강릉시청전에 출전하며 내셔널리그 최초로 정규리그 200경기 출전에 성공했다. K리그의 레전드 김기동 올림픽대표팀 코치가 갖고 있는 501경기 출전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내셔널리그의 경기수가 K리그 보다 적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에 못지 않은 대기록이다.
2013년에도 한차례 변화가 있었다. 이름을 김진석에서 김규태로 바꿨다. 김규태는 "첫째딸 태어나고 작명소에 갔다. 딸 이름을 짓고 내 이름도 우연찮게 봐줬는데 딸한테 안좋은 영향이 있을수도 있다고 해서 고민 끝에 바꿨다"고 했다. 김규태는 소나무 같은 선수다. 큰 부상도 없이 11년간 꾸준히 내셔널리그 무대를 누볐다. 그의 안정된 수비력은 정평이 나 있다. 경주한수원은 그의 가세와 함께 4경기서 단 2실점 밖에 하지 않으며 4연승의 신바람을 내고 있다.
그는 200경기를 치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2012년 수원시청(현 수원FC)과의 경기를 꼽았다. 김규태는 "수원시청을 상대로 한번도 못이겼었다. 수원시청을 꼭 이겨보고 싶다고 했는데 2012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이겼다. 다음해 수원시청이 K리그 챌린지로 갔으니까 그때 못이겼으면 내 인생에서 수원시청전 승리는 없을 뻔 했다"고 웃었다. 내셔널리그에 큰 족적을 세웠지만 K리그는 여전히 아쉬운 이름이다. 김규태는 "K리그에서 뛰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드래프트도 넣지 않았다. '못 뛰는 일이 있더라도 한번 넣어볼걸'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했다. 그래도 항상 든든히 자신의 축구인생을 지켜준 가족은 언제나 큰 힘이 된다. 4일 강릉시청전에도 두 딸과 아내가 함께 찾아와 축하해줬다.
김규태의 남은 목표는 소박했다. 그는 "아마 300경기는 무리일 것 같다"고 웃은 뒤 "경주한수원이 한번도 우승 못했다. 이제 내 팀이 된만큼 우승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얼마남지 않은 선수인생, 지금처럼 꾸준히 뛰고 싶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