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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팠다. 페널티킥이 가지는 무거움을 확실하게 알게 됐다. 손흥민(레버쿠젠)이 앞으로 펼쳐나갈 축구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을 경기였다.
전반 38분이었다. 손흥민은 골문 9.15m 앞에 섰다. 1분 전 한교원(전북)이 얻어낸 페널티킥이었다. 선수들은 차두리(서울)에게 차라고 요청했다. A대표팀 은퇴경기였다. 차두리는 차지않겠다고 했다. 손흥민에게 볼을 넘겼다. 막내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였다. 손흥민은 자신있게 오른발로 때렸다. 하지만 스테판 마리노비치 골키퍼가 빨랐다. 볼의 코스를 예측, 볼을 쳐냈다. 손흥민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괴로워했다. 경기에서 앞선 채 은퇴하는 두리 삼촌을 보내고 싶었다. 자신의 실수가 아쉬웠다.
페널티킥 실축만 빼면 모든 것이 좋았다. 유럽 톱클래스 팀의 주전 공격수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다. 왼쪽과 오른쪽 측면을 넘나들었다. 드리블 돌파는 간결하면서도 위협적이었다. 페널티킥 실축 직후 질풍의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패스도 날카로웠다. 볼의 흐름을 끊지 않았다. 자신보다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들에게 패스를 연결해주었다. 한교원과 남태희 등 다른 선수들이 고전하는 동안 손흥민의 드리블과 패스는 한국 측면 공격의 유일한 활력소였다. 후반 들어서는 날카로운 슈팅을 날리면서 골을 노렸다. 그러나 상대 밀집 수비에 막히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후반 18분 손흥민은 이재성(전북)과 교체돼 벤치로 향했다. 고개를 푹 숙였다.
관중들은 손흥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쳤다. 다들 이번 페널티킥이 손흥민의 성장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손흥민은 A대표팀에서의 첫 페널티킥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손흥민은 앞으로 소속팀과 A대표팀에서 더 많은 페널티킥을 차야 한다. 첫 페널티킥 실패는 앞으로의 손흥민이 더욱 신중하게 페널티킥을 차게 만들 것이다.
상암=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