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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으로 땀을 흘렸다고 했다. '우리만'의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선수들이 독에 차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혀 FC서울스럽지 못했다.
서울의 '슬로스타터' 오명이 과연 재연될까. 과거가 있다. 2013년 서울은 8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당시 14개팀 가운데 12위까지 떨어졌다. 4무3패 끝에 1승을 수확했다. 그 해 7연승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4위로 마감했다. 지난해에도 4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고, 브라질월드컵 브레이크 전까지 3승3무6패에 머물렀다. 12개팀 중 11위까지 추락했다가 회생해 3위로 리그를 끝냈다.
최 감독은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 T&T와의 ACL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지난 시즌 초반 부진 때문에 하지도 않아야 할 경기를 하게 됐다"고 했다. 정규리그 3위는 플레이오프, 2위는 본선 직행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지난해 4강에서 넘지 못한 웨스턴 시드니는 설욕전이다. 안방에서 넘어야 16강 진출을 바랄 수 있다. K리그는 또 다른 오묘한 구도다. 최강희 전북 감독과 황선홍 포항 감독도 서울을 꼭 이기고 싶은 상대로 언급했다. 최강희 감독은 "작년에 서울에서 오랜만에 이겨봤는데 기쁨이 3배였다. 올해도 3배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ACL과 FA컵, K리그에서 모두 덜미를 잡힌 황 감독은 "머릿속에 서울 밖에 없다. 총력전을 펼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산넘어 산이다. 하지만 흔들릴 필요는 없다. K리그도 이제 첫 발걸음을 뗐을 뿐이다. 그래도 탈출구는 절실하다. 외부에서 모색할 순 없다. 이미 떠난 선수들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최 감독이 공언한 '서울만의 축구'가 살아나야 한다. 물러서지 않는 과감한 축구가 현실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
올 시즌 서울의 진용은 두텁지 못하다. '슬로스타터'의 오명은 일찍 벗을수록 좋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