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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스타터' FC서울 악몽 재연될까, 탈출구는 있나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5-03-10 07:36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24일(현지시간) 중국 광저우 텐허 스타디움에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H조 광저우 에버그란데 타오바오 경기를 앞두고 훈련 중 차두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5.02.24.
/ 광저우(중국) 사진공동취재단

'역대급'으로 땀을 흘렸다고 했다. '우리만'의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선수들이 독에 차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전혀 FC서울스럽지 못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병행하고 있는 서울이 2015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라운드에서 어둡게 출발했다. 울산과의 원정경기에서 0대2로 무릎을 꿇었다. 완패였다. 눈에 띄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4일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와의 ACL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 탓일까. 발걸음이 모두 무거웠다.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허망하게 무너졌다.

일본 생활을 마감하고 고국으로 돌아온 윤정환 울산 감독(42)의 K리그 데뷔전이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44)은 어느덧 5년차 사령탑이다. 윤 감독은 꼭 이기고 싶은 상대로 서울을 꼽았다. "최용수 감독에게 선수 시절 많은 도움을 줬다. 이제 받을 때가 됐다. 서울을 이기고 싶다." 최 감독은 "윤 감독이 한국 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 과찬을 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웃으며 받아쳤다. 둘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특히 올림픽 대표시절 윤 감독이 플레이메이커, 최 감독 킬러로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명암은 엇갈렸다. 벤치 대결에서 윤 감독이 승리하며 화제를 뿌렸다.

서울의 '슬로스타터' 오명이 과연 재연될까. 과거가 있다. 2013년 서울은 8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당시 14개팀 가운데 12위까지 떨어졌다. 4무3패 끝에 1승을 수확했다. 그 해 7연승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4위로 마감했다. 지난해에도 4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고, 브라질월드컵 브레이크 전까지 3승3무6패에 머물렀다. 12개팀 중 11위까지 추락했다가 회생해 3위로 리그를 끝냈다.

최 감독은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 T&T와의 ACL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지난 시즌 초반 부진 때문에 하지도 않아야 할 경기를 하게 됐다"고 했다. 정규리그 3위는 플레이오프, 2위는 본선 직행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올 시즌 '슬로스타터'의 오명을 벗겠다는 것이 최 감독의 그림이었다. 그러나 첫 단추는 어긋났다. 더 큰 걱정은 앞으로의 여정이다. 죽음의 3연전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은 14일 오후 2시 홈 개막전에서 디펜딩챔피언 전북과 맞닥뜨린다. 전북도 ACL을 병행하고 있지만 1라운드에서 성남을 2대0으로 꺾고 '절대 1강'의 위용을 과시했다. 18일에는 안방에서 지난해 ACL 챔피언 웨스턴 시드니(호주)와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다. 이어 22일 포항 원정길에 오른다.

지난해 4강에서 넘지 못한 웨스턴 시드니는 설욕전이다. 안방에서 넘어야 16강 진출을 바랄 수 있다. K리그는 또 다른 오묘한 구도다. 최강희 전북 감독과 황선홍 포항 감독도 서울을 꼭 이기고 싶은 상대로 언급했다. 최강희 감독은 "작년에 서울에서 오랜만에 이겨봤는데 기쁨이 3배였다. 올해도 3배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ACL과 FA컵, K리그에서 모두 덜미를 잡힌 황 감독은 "머릿속에 서울 밖에 없다. 총력전을 펼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산넘어 산이다. 하지만 흔들릴 필요는 없다. K리그도 이제 첫 발걸음을 뗐을 뿐이다. 그래도 탈출구는 절실하다. 외부에서 모색할 순 없다. 이미 떠난 선수들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최 감독이 공언한 '서울만의 축구'가 살아나야 한다. 물러서지 않는 과감한 축구가 현실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

올 시즌 서울의 진용은 두텁지 못하다. '슬로스타터'의 오명은 일찍 벗을수록 좋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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