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게 승점1점' K리그 개띠감독 데뷔전 후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3-09 13:13


올시즌 전남의 상승세를 이끄는 'K리그 레전드' 개띠 삼총사가 한자리에 섰다. 왼쪽부터 골키퍼 김병지, 노상래 전남 감독, 김태영 수석코치.  광양=전영지 기자

광양축구전용경기장/ K리그 클래식/ 전남드래곤즈 vs 제주유나이티드/ 전남 노상래 감독, 제주 조성환 감독/ 악수/ 사진 정재훈

◇지난 2월 제주 칼호텔 전훈지에서 만난 '견우회 절친' 노상래 전남 감독과 김도훈 인천 감독.
 제주=전영지 기자

"오늘 아침에 김도훈 감독이 전화했더라."

9일 오전, 전남 광양 연습구장에서 만난 노상래 전남 드래곤즈 감독(45)이 웃었다. 개막전 후 한결 홀가분해진 표정이었다. 1970년생 개띠 '견우회' 동갑내기 감독들이 동시에 K리그 클래식 사령탑 데뷔전을 치렀다. 노 감독은 "세 팀이 사이좋게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다. 주변에서 너희 셋이 짠 거 아니냐고 농담하더라"며 미소지 었다. "그래도 후반 막판에 다잡은 승점 3점을 놓친 김 감독이 제일 아쉬울 것같다"고도 했다. 7일 인천-광주의 개막전에서 김 감독의 인천은 승격팀 광주와 비겼다. '3분 극장'이었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46분 광주 정준연의 자책골로 2-1로 앞서가다, 2분만인 후반 48분 광주 이종민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2대2로 비겼다. 8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진 노 감독의 전남과 조성환 감독의 제주전은 전쟁이었다. 5일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때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조 감독이 "하위 스플릿 네가 가라"는 한마디로 옆자리 노 감독을 도발했다. 마이크를 잡기 전 "못 들은 걸로 하라"는 언질을 주긴 했지만 '쎈' 발언이었다. 조 감독이 광양에 입성한 후에도 절친은 개막전에만 집중했다. 서로 통화도 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다. 제주가 후반 6분 정다훤의 골로 앞서갔지만, 후반 34분 스테보의 동점골로 양팀은 1대1로 비겼다. 24개의 슈팅을 주고받는 난타전이었다.

격렬했던 그라운드 전쟁은 무승부로 끝났다. 그라운드 밖 우정이 돌아왔다. 조 감독은 "첫번째는 아쉽고, 두번째는 기분좋다"는 묘한 소감을 밝혔다. "원정 승리를 가져가더라도 속마음은 불편할 텐데, 승부를 내지 못한 것은 아쉽고, 친구나 저나 좋은 출발을 하게 된 것은 기분 좋다"고 설명했다. 노 감독에게 조 감독의 소감을 전하자 "나도 원정이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홈경기를 찾아준 만원관중 앞에서 비겨서, 아쉽고 아쉽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래도 실점 후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낸 부분은 감사한다"고도 했다. "앞으로도 우리는 선의의 경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캐논슈터' 노상래 전남 감독이 전현철 오르샤 정재혁 등 공격수들의 슈팅훈련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광양=전영지 기자

◇9일 오전 김병지가 현영민 최효진 스테보 이종호 등 전날 제주와의 개막전에 뛴 선수들과 함께 회복훈련을 하고 있다.  광양=전영지 기자

◇김태영 수석코치가 선수들의 회복훈련을 이끌고 있다.
경기 다음날인 9일 오전 전남은 회복훈련과 전술훈련을 이어갔다. 훈련장에서도 전남 '45세 개띠 삼총사' 노 감독과 김태영 수석코치, 골키퍼 김병지의 화합과 역할 분담은 인상적이었다. '캐논슈터' 노 감독은 전현철, 오르샤, 정재혁 등 공격수들의 슈팅 훈련을 직접 지도했다. '레전드 수비달인' 김 코치는 수비라인을 집중적으로 조련했다 .'병지삼촌' 김병지는 전날 풀타임을 소화한 선수들과 회복훈련에 전념했다. '병지삼촌'은 그라운드의 플레잉코치이자 '분위기 메이커'다. 스트레칭을 하며 전날 동점골 어시스트를 한 후배 안용우의 뻣뻣한 동작을 지적했다. "용우야, 오른쪽 발목을 이렇게…. 이 동작이 왜 안돼? 손연재처럼 부드럽게 해야지"라는 농담에 안용우가 "삼촌, 이거 원래 발목 많이 쓰는 축구선수들은 잘 안돼요"라고 답했다. 유쾌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최강 팀워크를 자랑하는 전남 드래곤즈 코칭스태프가 9일 오전 훈련 직후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왼쪽부터 이정효 코치, 김태영 수석코치, 노상래 감독, 임관식 코치, 이광석 골키퍼 코치.  광양=전영지 기자
전남의 분위기는 리그 최강이다. 감독, 코치, 선수 사이에 격의없는 대화가 오간다. 노 감독은 동갑내기 절친인 김태영 코치를 존중하고 절대 신뢰한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김 코치 역시 친구인 노 감독을 헌신적으로 보좌한다. 전남 레전드 출신 후배 임관식 코치와 아주대 감독 출신 이정효 코치, 3년째 전남을 지키고 있는 이광석 골키퍼 코치도 조화롭게 공존한다. 그라운드 안에선 김병지, 현영민, 최효진, 스테보, 방대종 등 30대 이상 고참들이 솔선수범한다. 90분 종료 휘슬이 울리자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 전남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매경기 최선을 다하는 노장의 투혼은 감동이었다. 노 감독은 "개막전 후 고참들의 헌신에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다.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며 흐뭇함을 표했다. 홈에서 열린 '절친 더비'에서 귀한 승점 1점을 따냈다. 3월 성남(14일), 울산(21일)과의 남은 원정 2경기에서 승점 3점 이상을 목표 삼았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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