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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설계자'로 명성을 쌓아온 윤성효 부산 감독이 팀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한 '부산 코디네이터'를 자처했다.
예상 외의 결과로 K리그의 판도를 뒤흔들곤 했던 윤 감독은 "재밌는 결과들을 내놓곤 했는데 결과만이 아니라 부산의 경기자체가 재미있게 바꿀 것이다. 수비만하는 팀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부산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 감독이 부산을 새로운 색깔의 팀으로 바꾸기 위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속도'였다. 빠르고 많이 뛰는 경기를 하기 위해 팀 전체적으로 젊게 탈바꿈했다. 팀 내에 30대는 최광희와 김용태(이상 31) 뿐이다. 윤 감독은 "팀이 전체적으로 어려졌다. 지난해 늘어지는 경기를 했는데 올해는 활력있고 패기있는 경기를 할 것"이라며 "우리보다 객관적인 실력에서 뒤지는 팀은 없다고 봐야한다. 이기려면 더 많이 뛰고, 더 빨리 움직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부산은 한지호, 박용지 등 기존의 발빠른 선수들에 결정력을 더해줄 베르손과 웨슬리를 영입했다. 그는 "임상협이 입대하면서 배천석을 미리 점찍었고, 외국인 선수들도 빠르고 결정력있는 공격수가 필요했다. K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와 공격 모두 적극적인, 속도감 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주겠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경기력으로 '부산이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했다. '팬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공격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를 강조한 구단주의 생각과 일맥상통한다.
윤 감독은 올 시즌 목표를 스플릿 상위리그 진출로 잡았다. 다소 맥빠질 수 있는 소박한 목표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부산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윤 감독은 "우승할 수 있게 투자를 늘려달라고만 할 수는 없다. 알뜰하게 살면서 팀을 잘 꾸려나가야 한다. 유스팀, 지역출신 선수들을 훌륭하게 성장시키면서 발전적인 구단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리그 우승은 어려울지 몰라도 FA컵 같은 단기대회는 우승을 노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는 22세 이하 대표팀 골키퍼인 이창근을 비롯해 이청웅 권진영 구현준 김지민 등 유스팀 출신 선수들이 착실히 성장하고 있고, 김종혁과 김진규가 새롭게 입단해 도약을 노리고 있다. 윤 감독은 "구단과 나의 생각이 통하고 있다. 선수들의 생각도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는 만큼 올 시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