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던 박주호를 왼쪽 윙어로 기용했다. 슈틸리케의 전술적 의도가 숨어있었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의 공중볼을 대비해 키가 큰 장현수를 중앙으로 기용했다. 박주호를 왼쪽에 포진시켰지만 중앙으로 이동시키며 중원을 더 두텁게 하기 위해서다. 또 피지컬에서 부족한 왼쪽 윙백 김진수를 도와주기 위해서다. 알려진대로 호주의 주 공격루트는 측면이다. 김진수와 함께 호주의 오른쪽 공격을 봉쇄하는 임무를 받았다. 공격력이 좋은 김진수가 오버래핑할때 뒷공간을 커버하고 서로 위치를 바꾸며 상대 수비를 교란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승부수였다.
박주호는 왼쪽 윙어 자리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박주호의 원래 위치는 윙어였다. 대학 시절 그의 별명은 '박로번'이었다. 왼발을 활용해 돌파하는 모습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A대표팀 레벨에서 측면에 서본 적이 없지만 박주호의 활약은 좋았다. 드리블로 몇차례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박주호가 공간을 잘 만들자 기성용의 패스는 왼쪽으로 집중됐다. 물론 마무리는 아쉬웠다. 크로스가 날카롭지 않았다. 박주호의 멀티능력은 호주전에서도 계속됐다. 후반 20분부터 기성용이 왼쪽 윙어로 자리를 옮기자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다. 후반 25분 교체되기 전까지 박주호는 자기 몫을 다했다. 박주호 시프트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