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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마음 흔든 '일등석 티켓' 사연은?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5-01-23 10:21


◇김은중. 사진제공=대전 시티즌

'우리와 함께 클래식에 가자.'

벨기에 2부리그 투비즈행을 고심 중이던 김은중(36)은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 안에는 일본 가고시마행 일등석 비행기 티켓이 동봉되어 있었다. 선수단 동계 전지훈련에 참가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친정팀 대전 팬들이 보낸 눈물이자 간곡한 부탁이었다.

대전은 지난해 챌린지(2부리그) 우승을 차지, 2015년 K리그 클래식에 진출한다. 그러나 넉넉치 않은 시민구단 대전에게 승격은 또다른 가시밭길이다. 구단 살림을 꾸리기 위해 선수단을 재편하면서 새 시즌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플레잉코치 김은중의 거취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브라질 출신 외국인 공격수 아드리아노의 맹활약 탓에 기회를 잡지 못했다. 17경기 3골-1도움의 기록을 썼다. 드러나지 않는 팀 기여도는 컸지만, 공격수로 황혼기인 김은중이 클래식 무대에서 어느 정도 힘을 보여줄 지는 미지수였다. 서명원, 김찬희 등 젊은 공격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했다. 이미 시작된 팀 동계훈련에서도 김은중의 자리는 없었다.

때로는 이별을 직감할 때가 있다. 대전 팬들이 그랬다. 가고시마행 티켓은 '레전드'와의 이별 대신 동행을 바라는 팬들의 마음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팀에 이어 투비즈의 제안까지 받은 김은중의 고심도 더욱 커졌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도 자신이 팀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게 무엇보다 기쁘다. 나는 내 위치에서 할 일을 찾아 하면 그만이다." 큰 욕심 없이 대전행을 받아들인 초심을 잃지 않았다. 김은중 측 관계자는 "투비즈와 계약에 이르기까지 김은중이 행여 자신의 결정이 팬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고심을 거듭했다. 쉽게 결정을 못 내리다보니 계약까지 시간도 길어졌다"고 털어놓았다.

대전 팬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굿바이(Good-bye)'가 아닌 '소 롱(So long)'일 뿐이다. 11년 만에 다시 한 길을 걸었던 김은중과 대전이 이제 '아름다운 이별'을 앞두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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