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연승에 무실점이다.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는 'A'다. 그러나 뒷맛이 개운치 않다. 슈틸리케호의 2015년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가 마침표를 찍었다. 조별리그가 아시안컵에 도입된 이후 한국이 조별리그를 전승으로 마친 것은 1988년 카타르아시안컵 이후 두 번째다. 부상과 감기 몸살로 인한 컨디션 난조 등 변수가 속출했다. 쿠웨이트전의 졸전과 호주전 투지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55년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에 나서는 슈틸리케호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진검 승부는 8강부터다.
여전한 골 결정력 부족
역대 최강의 중원, 그러나 불안한 2선
조별리그 3경기의 최대 소득은 중원의 안정이다. 기성용(스완지시티)-박주호(마인츠)의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슈틸리케호의 허리를 든든히 지켜냈다. 기성용은 체력 고갈의 우려 속에서도 3경기에서 모두 풀타임 활약했다. 박주호는 호주전 부상으로 교체 된것을 제외하고 두 경기에서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기성용의 진가는 패싱력과 볼 키핑에서 유독 돋보였다. 수비수 2~3명이 붙어도, 볼을 지켜냈다. 좌우로 공간을 가르는 롱패스는 자로 잰듯 정확했다. 스루 패스의 날카로움도 더해졌다. 오만전에서 수비진을 뒤흔든 세 차례의 결정적인 롱패스, 호주전에서 결승골의 시발점이 된 스루 패스는 기성용이기에 가능했다. 박주호는 뛰어난 활동 반경을 바탕으로 기성용의 뒤를 든든히 지켜냈다. 호주전에서 상대의 팔꿈치 가격에 코를 다친 박주호의 8강 출전 여부가 최대의 변수로 떠 올랐다. 그러나 부상으로 중도 하차한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의 공백은 슈틸리케 감독의 또 다른 고민으로 남게 됐다. 남태희 카드가 유력하다. 호주전 중반 이후 선보인 기성용의 전진 배치도 가능한 옵션이다.
무실점에 가려진 불안한 수비, 주인 찾은 뒷문
조별리그에서 실점은 없었다. 그런데 불안감은 지울 수 없다. 매 경기 중앙 수비 조합이 바뀌었다. 장현수(광저우 부리)-김주영(서울), 김영권(광저우 헝다)-장현수, 김영권-곽태휘(알 힐랄)가 각각 나섰다. 장현수와 김주영, 김영권 모두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순간 집중력 부족으로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베테랑' 곽태휘의 노련한 수비 운영과 제공권 장악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출전시간과 안정감은 비례하지 않았다. 곽태휘는 호주전 90분만으로 진가를 입증했다. 김영권은 2경기에서 180분을 소화했지만 여전히 물음표를 떼지 못했다. 8강전부터는 베스트 조합을 찾아야 한다. 좌우 측면은 합격점을 줄만했다. 오른 측면 수비는 김창수(가시와)와 차두리, 누가 나서도 수준급 이상의 플레이를 펼쳤다. 반면 김진수가 270분 풀타임을 모두 소화한 왼측면 수비는 뒷공간을 자주 내주는 등 불안감을 노출했다. 뒷문의 희비 쌍곡선이 명확하다.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의 완승이다. 김진현은 오만전과 호주전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위기에 강했던 수 차례 슈퍼세이브가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단판으로 진행되는 토너먼트에서는 뒷문이 든든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뒷문 고민은 더이상 없다. 오랫동안 'No.3' 자리를 지켜온 김진현이 호주에서 주전 수문장으로 발돋움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