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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살기로 뛸꺼에요."
2010년 1월 10일, 그의 축구인생은 악몽으로 바뀌었다. 전지훈련 기간 귀가하기 위해 운전을 하다 나무를 들이받았다.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기어나왔는데 뭔가 이상했다. 오른 무릎에 감각이 없었다. 슬개골(무릎의 뚜껑뼈)이 수십개 조각으로 부셔졌다. 긴급 후송돼 제주 한라병원을 찾았을 때 병원 관계자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축구는 커녕 일반인으로 제대로 살아가기 힘들다." 축구 선수로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하늘도 도왔다. 당시 서귀포에서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 세미나가 열렸다. 무릎 분야의 대가로 꼽히는 김진구 명동 백병원 부원장이 인근에 있었다. 급히 연락이 닿아 이튿날 날이 밝자 김 부원장 손을 잡고 서울로 올라가 바로 수술을 했다. 4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수십조각으로 흩어진 뼈를 붙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후 네 차례 더 수술대에 올랐다. 5개월간 병상에 누웠다. 이후 9개월간 재활에 매달렸다. 설상가상으로 재활기간 동안 암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친정에 돌아온 심영성의 목표는 부상없이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무리 하는 것"이라며 "개인적인 목표는 꾸준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면서 20경기 정도에 출전하는 것이다.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 부상을 당할 수 있기에 잘 준비해서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심영성은 "프로 생활을 한지 10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항상 경쟁의 연속이었다"며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 보여야 한다. 제주를 떠나기 전에는 다소 득점수가 부족했지만 올 시즌은 잘 준비해 득점력도 향상된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쳐있는 동안 팬분들이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팬분들의 성원과 팀 성적을 위해 경기장에서 정말 죽기 살기로 뛸 생각이다." 그의 2015년 출사표다.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한 심영성의 선전을 기원해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