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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카타르아시안컵을 코앞에 두고 박주영(30·알샤밥)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당시 A대표팀을 지휘하던 조광래 감독은 난감한 상황이었다. 박주영은 A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였다. 새 얼굴의 활약이 절실했다. 구자철(26·마인츠)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여러 전술 시험 끝에 섀도 스트라이커로 낙점됐다. 낯선 포지션이었지만, 놀랍도록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날카로운 패스와 공격가담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기대하지 않은 득점력까지 폭발했다. 5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6개월 전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명단 탈락의 아픔을 말끔히 씻으며 유럽 진출까지 성공했다.
일단 구자철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4년 전 기억을 더듬을 필요가 있다. 최근 구자철은 너무 포워드처럼 움직인다. 지나치게 전진하다보니 미드필더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플레이메이커의 자리다. 볼을 많이 터치하며 템포와 공격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사우디전 전반전에 대표팀이 부진했던 이유는 '핵심 미드필더' 기성용의 부재를 메워줘야 할 중원의 부진이 컸다. 구자철이 더블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한국영(25·카타르SC)과 박주호(28·마인츠)의 부족한 패싱력을 커버해 줘야 하는데 너무 투톱처럼 움직이다 보니 그런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4년 전 구자철은 섀도 스트라이커로 나섰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에 가까웠다.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는 자기 페널티박스 부터 상대 페널티박스까지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붙어진 명칭이다. 공수를 오가는 미드필더라는 뜻이다. 전성기의 프랭크 램파드(맨시티)와 스티븐 제라드(리버풀)를 연상하면 쉽다. 구자철은 허리 싸움에도 적극 가담하는 한편, 상대의 빈틈이 보이면 과감한 침투와 중거리슈팅으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본 포지션이었던만큼 날카로운 패싱력도 빛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