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빅4 감독에게 묻는다]①최용수 서울 감독 "절대 1강은 없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12-29 16:57 | 최종수정 2014-12-30 07:25


또 그렇게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전북의 환희로 2014년 K리그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어두운 그림자도 공존했다. '정치 논리'가 그라운드에 침투하면서 12월은 어수선했다. K리그는 한국 축구의 '산소탱크'다. 그러나 안개가 자욱한 것이 현실이다. 국내 프로축구가 활성화 돼야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이틀 후면 을미년 새해가 밝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했다. 새해는 곧 새 시즌의 출발이다. 출발은 공평하다. '제로베이스'에서 다함께 스타트를 끊는다.

스포츠조선은 새해를 맞아 빅4 감독에게 2015년 K리그의 길을 물었다. 지난해 1~4위를 차지한 최강희 전북 감독(55), 서정원 수원 감독(45), 최용수 서울 감독(43), 황선홍 포항 감독(46)과 릴레이 인터뷰를 가졌다. 첫 편은 빅4 사령탑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최용수 감독이다. 서정원-황선홍-최강희 감독 순으로 글을 싣는다.




[2015년 빅4 감독에게 묻는다]①최용수 서울 감독 "절대 1강은 없다"

수도 서울을 점령하고 있는 최용수 FC서울 감독(43)은 K리그 최고의 뉴스메이커다.


하지만 '공공의 적'이다. 대부분의 팀들이 '타도 대상' 1순위로 서울을 꼽고 있다. 최 감독은 변신, 또 변신하며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했다.

2011년 4월 26일 감독 최용수 시대가 열렸다.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그 해 대행 꼬리표를 뗀 그는 3년 계약에 성공했다. 계약 기간은 내년에 끝난다. 일찌감치 새로운 미래가 열렸다. 서울이 최 감독과 계약기간을 연장했다. 2017년까지 3년 재계약을 했다.

정식 감독 첫 해인 2012년 팀을 K리그 정상에 올려 놓은 그는 2013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서 준우승했다. K리그 감독상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감독상을 수상하며 '40대 성공 신화'의 기수였다. 2014년에는 시즌 마지막 날인 11월 30일 트레이드마크인 '서울극장'을 연출하며 극적으로 3위를 차지했다. 내년 시즌 ACL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거머쥐며 해피엔딩을 연출했다. 정규리그 뿐이 아니다. FA컵에서는 준우승했고, ACL에서는 4강에 올랐다.

2015년은 어떤 그림일까. 재계약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23일 경기도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최 감독을 만났다.

절대 1강은 없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해 전북에 '절대 1강'이라는 꼬리표를 선물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1강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보니 최용수 서울 감독이더라. 부잣집 도련님의 넋두리치고는 엄살이 심하다"고 꼬집었다. 최용수 감독의 예견대로 전북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최강희 감독은 '절대 1강'이라는 평가 때문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상대 팀의 집중견제와 부담감에 시달렸다고 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도 상처가 있었다. 11월 2일 최강희 감독에게 첫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7경기 연속 무패(2승5무)가 끊겼다. 최강희 감독은 이날 공격 전술을 접고 스리백을 꺼내 들었다. 경기 후 최용수 감독에게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앞으로는 서울하고 경기가 이렇게 계속 진행될 것 같다. 우리도 충분히 이런 경기를 할 수 있다. 서울이라는 팀이 오늘 같이 홈인데도 적극적이지 않으면 결국은 전체적으로 경기가 느슨해질 수 밖에 없다."

최용수 감독은 최강희 감독의 말을 잊을 수 없다. 2015년, 더 이상 절대 1강은 없다고 했다. 그는 "지도자는 자기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남들과 똑같은 시스템을 사용한다면 큰 의미가 없다. 저질러봐야 한다. 공격수 출신이지만 스리백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수비 축구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득점이 원할 때 나왔으면 달라졌을 것이다. 충분히 공격적인 스리백을 시도할 수 있었다. 수비 축구에 대한 평가가 있지만 절대 후회없다"며 "내년 시즌은 절대 1강은 없다. K리그 발전을 위해서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을 이룩해야 한다. 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최강희 감독님이 했던 말은 잊지 않을 것이다. 감독님에게 한 번밖에 져 보지 않았지만 이겼을 때 난 그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최고의 라이벌을 묻자 주저하지 않고 황선홍 감독을 꼽았다. 서울은 올 시즌 ACL, FA컵에서 단두대 매치를 벌였고, 모두 웃었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후회가 된다. 너무 결과에만 의존했다. 그게 후회가 된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 때부터 존경하는 선배다. 당대 최고의 스트라이커, 그 그림자 속에서 나도 경쟁했다. 왜 작은 물고기를 잡으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흥행 측면에서 포항과의 대결은 기가막힌 카드다. 그걸 잠깐 잊었다. 2015년에는 끝장을 보겠다."


더 이상 막내가 아니다

지난해까지 최 감독은 막내 사령탑이었다. 내년 막내에서 탈출한다. 조진호 대전 감독은 동기고, 윤정환 울산 감독(41)과 남기일 광주 감독(40)은 후배다. 감회가 특별하다. 최 감독은 "나도 2011년부터 거침없는 도전정신으로 4년을 버텨왔다. 4년 만에 도전을 받는 위치가 됐다. 절대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차피 과거에 쌓아왔던 경력과 경험은 갑자기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걸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를 존중해줘야 한다. 부담이라기보다 지도자로 들어섰으면 언제쯤 맞닥뜨릴 운명이다. 신선함, 새로운 기대감, 설레임이 있다. 어떤 축구 철학을 갖고 내년 시즌에 맞붙을지 벌써 기대가 된다"며 웃었다.

최 감독은 3년 재계약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변신을 예고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리더십, 최 감독의 행보였다. 2012년 우승의 근간은 4-3-3 시스템이었다. 지난해에는 '무공해(무조건 공격) 축구'로 꽃을 피웠다. 4-4-2, 4-2-3-1 시스템으로 변화무쌍한 전술을 펼쳤다. 2014년에는 스리백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수비축구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새로운 축구를 펼쳐보이고 싶다는 그의 열망이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스리백이 각광을 받으며 최 감독의 스리백도 주목받았다.

그는 "스리백도 써 봤고, 포백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골도 넣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도록 스스로 동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기존의 베테랑 선수들과 끈끈한 신뢰를 유지하는 한편 젊은 선수들의 자신감 넘치는 패기를 보고 싶다. 신선함을 줄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며 "선수들도 끊임없는 변화에 동참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올해에는 더 살벌한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후 환하게 웃었다.

초심으로 돌아간다

서울은 27일 차두리와의 1년 재계약을 발표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최 감독이 방장, 차두리는 방졸이었다. 신뢰가 두텁다. 차두리는 호주아시안컵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무대다. 최 감독과 차두리는 일찌감치 차두리와의 재계약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는 "사람들은 마지막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두리는 한 인간으로 '국가대표 삶'을 살아왔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보여왔던 발자취를 더 뛰어넘는 삶을 살 것이다. 화려한 축구 인생의 마지막을 눈물이 나올 정도로 후회없이 만들어주고 싶은 것이 나의 심정"이라고 했다.

K리그는 위기다. 최 감독도 잘 알고 있다. 성적보다는 팬이 우선이라는 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감독 생활을 4년 하다보니까 팬들에게 어떻게 서프라이즈한 감동을 줄지 조금씩 보인다. 그것이 우선순위다. 우승은 꾸준하게 하다보면 걸리는 것이다. 우승을 해야하겠다는 의욕이 앞서면 절대 안된다. 힘의 분배, 에너지의 분배가 필요하다. 뜨거운 감동을 줄 수 있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정신, 어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지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초심을 이야기했다. 최 감독은 "한 순간도 간절함과 위기 의식을 놓아 본 적이 없다. 승리를 위해서는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한다. 성공을 통해 더 큰 성공을 바랄 것이다. 2011년 감독대행으로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갈 것이다. 좀 더 성숙한 지도자가 되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2015년은 감독 최용수의 5번째 시즌이다. 그는 이미 변화의 물결에 몸을 내던졌다.
구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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