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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고민은 지워지지 않았다.
슈틸리케호가 15일 호주아시안컵을 향해 닻을 올린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비 시즌인 K-리거들을 주축으로 일본, 중국리그에서 뛰는 28명을 제주에서 소집,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옥석가리기'다. 슈틸리케 감독은 '제주 특훈'에 이어 유럽, 중동파가 포함된 23명의 아시안컵 최종엔트리를 확정할 계획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제주 전지훈련을 앞두고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대 관심은 공격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근심은 컸다. "지난달 중동 원정에선 경기를 잘 풀어나갔고, 과정도 훌륭했다. 요르단전의 볼 점유율은 70%, 이란전은 62%였다. 하지만 직선적인 공격 전개와 골 결정력 보완은 나도 고민하고 있다." 슈틸리케호는 지난달 14일 요르단에 1대0으로 승리했지만, 이란에는 0대1로 패했다. 수차례의 결정적인 찬스에도 불과하고 1골에 불과한 것은 옥에 티였다.
역시 자원의 문제다. 변화무쌍한 공격에 한계가 있다.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없다. 1m98의 김신욱(26·울산)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부상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1m87인 이동국(35·전북)은 10월 26일 수원전에서 종아리를 다쳤다. 둘 다 다음달 9일 개막되는 호주아시안컵 출전이 어럽다. 슈틸리케 감독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지만 발탁 가능성에선 다른 이야기를 했다. "부상인 선수도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모든 선수에게 대표팀 문은 열려 있다." 이동국과 김신욱은 아시안컵까지 그라운드에 설 수 없다. 원론적인 답변으로 갈음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박주영(29·알 샤밥)에게 쏟아졌다. 지난달 첫 발탁된 박주영은 요르단전에서 풀 타임, 이란전에서 교체출전했다. 골을 터트리지 못했지만 가능성은 인정받았다. "공격수를 평가할 때 슈팅 개수와 골로 평가하게 마련이지만 박주영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은 경기를 치렀다. 동료의 마지막 패스에서 실수들이 자주 나오면서 박주영이 제대로 된 지원을 많이 못 받은 측면이 있다. 칭찬할 부분은 다른 선수들보다 침착했고 볼 간수도 잘했을 뿐만 아니라 체력에서도 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요르단전을 마친 후 슈틸리케 감독의 평가였다.
그러나 박주영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어진 걸프컵 후 재개된 리그 경기에서 2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러나 득점포는 침묵했다. 박주영의 현주소는 깜짝 발탁과 '밀당(밀고 당기기)'의 경계에 있는 듯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에 대해 "득점이 없는 것은 고민"이라며 "이 자리에서 박주영을 뽑는다고 확답을 주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깜짝 발탁을 제기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동 원정에서 돌아온 직후 "깜짝 발탁은 없다"고 못박았다. 공격라인의 혼돈으로 생각이 바뀐 듯한 분위기였다. 제주 훈련에 이름을 올린 28명 가운데 김승대(23·포항) 이정협(23·상주) 이용재(23·나가사키) 황의조(22·성남) 강수일(27·포항) 등 5명의 공격수가 포함돼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마지막까지 훈련을 관심 있게 지켜볼 것이다. 열정과 배가 고픈 선수들이 필요하다. 열정과 의욕이 넘치고 진지한 태도를 견지하는 선수가 있다면 경험과 나이를 떠나 깜짝 발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영에게는 분명 채찍이다. '열정', '의욕', '배고픈' 등을 나열한 것은 더 분발하라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것이 A대표팀 관계자의 전언이다. 물론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박주영과 함께 정성룡(29·수원)을 거론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이후 특정 선수에 대해 비난이 많았다. 박주영과 정성룡이 중심에 서 있었다. 이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못했다고, 비난을 받았다고 해서 배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소속팀에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에게 과거를 들어 계속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시안컵은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첫 번째 진검승부다. 아시안컵 최종엔트리 발표에 앞서 최전방이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