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의 도발, 이란전 치욕을 잊지 않았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11-18 07:26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4일 코스타리카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렀다. 이청용이 수비수 두 명 사이를 돌파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0.14/

2013년 6월 18일이었다.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이었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한국은 이란에 0대1로 분패했다. 90분 종료 휘슬이 울린 후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포르투갈)과 선수들이 한국 벤치앞으로 달려왔다. 최강희 전 A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향해 신나게 '주먹감자'를 날렸다. 한국 축구를 희롱하고 조롱했다. 4만여 '붉은악마' 앞을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광란의 축제를 벌였다. 관중들을 향해 혀를 내밀었다. 악몽이었다. 패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스포츠맨십도 망각했다. 비신사적 행위는 도를 넘었다.

2014년 11월 18일 오후 9시55분(한국시각), 한국과 이란이 다시 격돌한다. 리턴매치는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벌어진다. 평가전이지만 분위기는 살벌하다.

한국은 이란과 역대 전적에서 9승7무11패로 밀려 있다. 특히 '원정팀의 무덤'인 아자디스타디움에서는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다. 5경기에서 2무3패에 그쳤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두 차례의 대결 모두 0대1로 무릎을 꿇었다.

'주먹감자'의 치욕을 갚아줘야 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원정이다. 아자디스타디움은 고지대인 1270m에 위치해 있다. 체력적인 부담이 크다. 또 10만명에 가까운 홈팬들의 광적인 응원도 넘어야할 산이다.

태극전사들은 그 날을 잊지 않았다. 당시 이청용(26·볼턴)은 벤치에서 '광란의 뒷풀이'를 지켜봤다. 이청용은 이란전을 앞두고 "이란이 작년에 보여준 수준 이하의 행동들을 잘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운동장 시설이 썩 좋지 못한 것 같다. 이란 원정은 이래서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더 힘들다"며 "이런 고지대는 선수들이 매번 경험하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에 영향을 받는다. 많은 관중의 야유나 함성도 크다. 이란 선수들도 거칠게 나오곤 한다. 이런 것들은 선수들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어차피 이겨야 하는 경기다. 나도 단단히 각오하고 왔다"고 강조했다.

요르단전에 교체 출전한 이청용은 이란전에서 선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소속팀인 볼턴에서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기록(2골-2도움)하고 슈틸리케호에 합류했다. 절정의 흐름이다.

슈틸리케호에서도 적응은 끝났다. 그는 지난달 파라과이, 코스타리카와의 2연전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 측면과 중앙을 넘나드는 창조적인 플레이로 공격을 이끌며 활로를 개척했다. 개인기와 스피드, 반박자 빠른 패스가 곁들여 지면서 칼날은 더 예리했다. 이란전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앞세운 이청용이 활로를 뚫어야 1년 전의 한을 갚을 수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전을 걱정하진 않는다. 나와 이란대표팀은 큰 경기 경험이 많다"고 했다. 이청용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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