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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서 가장 위험한 스코어가 이른 시간의 2-0 리드다.
한 골을 더 달아나면 사실상 승부는 결정된다. 그러나 함정은 '자만의 늪'이다. 느슨해질 수 있다. 만회골을 허용하면 쫓기게 된다. 한 골차는 어느 팀도 안심할 수 없다.
전반 26분과 전반 30분 고명진과 윤일록이 릴레이 골을 터트렸다. 울산은 고명진에게 첫 골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골키퍼 이희성이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예기치 않게 교체카드 1장을 골키퍼를 바꾸는 데 사용했다. 서울은 전반 39분 고명진이 1대1 찬스를 맞았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전반을 2-0으로 마쳤고, 일찌감치 대세가 갈린 듯 했다.
그러나 후반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탄탄했던 스리백이 뚫렸다. 자만이 부른 화였다. 수적으로 우세했다. 침착하게 저지할 수 있었지만 허둥지둥했다. 실점, 또 실점이었다. 후반 16분 이재성, 37분 따르따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서울은 후반 막판 상대 골키퍼의 6초룰 위반으로 얻은 간접프리킥 기회를 허공으로 날렸다.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심제혁의 골은 반칙으로 무효가 선언됐다. '서울극장'은 없었다. 결국 희비는 엇갈리지 않았다. 서울은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그룹A 3라운드에서 울산과 2대2로 비겼다.
울산전은 운명의 단판승부를 앞두고 가진 마지막 경기였다. 서울은 일주일 후인 23일 올시즌의 명운이 걸린 FA컵 결승전을 치른다. 무대는 상암벌이고, 상대는 성남FC다. 하지만 홈 부진 탈출에 또 실패했다. 서울이 안방에서 승리의 기쁨을 누린 것은 두 달 전인 9월 13일 인천전(3대1 승)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원정에서는 3승1무1패를 거뒀다. 그러나 안방에선 3무2패, 5경기 연속 무승에 허덕이고 있다.
적신호가 켜졌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웬만해선 기자회견장에서 선수들을 질타하지 않는다. '내 탓'이라고 한다. 이날은 달랐다. 자칫 울산전 결과가 FA컵 결승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뿔난 심경을 숨김없이 공개했다. "전반전의 내용과 결과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져왔다. 그러나 후반전의 느슨한 자세에서 결국 우리 실수로 2실점을 허용했다. 상당히 선수들이 깊이 반성해야 한다. 수비에서 볼처리는 물론 위험지역에서 덤비면 질 수밖에 없다."
차원이 다른 일주일을 시작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최 감독은 "홈팬들에게 승리를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제 긴장 모드로 들어간다. FA컵 우승컵을 갖기 위해서는 느슨함은 최대의 적이다. 추가 득점을 올릴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던 부분도 반성해야 한다. 불쾌한 결과다. 다음 주에 열리는 FA컵 결승전은 우리의 모든 자존심을 건 총력전이 될 것이다.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서울은 승점 54점을 기록하며 4위에 머물렀다. 3위 포항(승점 57)과의 승점 차는 3점이다. 울산은 승점 50점으로 6위를 유지했다.
서울은 정규리그보다는 FA컵 우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운명의 일주일이 시작됐다. 울산전이 보약이 될지, 독약이 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