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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준비한 건 현수막 한 개 뿐입니다."
전북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제주를 눌렀다. 전반 27분 레오나르도의 첫 골을 시작으로 후반 4분과 41분 이승기, 이상협이 잇달아 골망을 갈랐다. 제주는 전반 36분 이재성의 등을 무릎으로 가격한 알렉스가 퇴장당한 뒤 급격히 무너졌다. 제주 선수들 뿐만 아니라 팬들도 전북이 골을 넣을 때마다 어깨가 처졌다. 일부 제주 팬은 그라운드 바로 앞 관중석까지 내려와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안방에서 남의 잔칫상을 차려준다는 것에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전북 벤치 뒤에서 '전북'을 외치던 한 중년 팬이 제주 팬들의 거센 항의 속에 주먹다짐 직전까지 갔다가 경기장 안전요원들의 만류로 자리를 뜨는 모습도 보였다.
3대0 승리를 확정 지은 뒤 전북 선수들은 얼싸안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구단 관계자들은 '잽싸게' 다가가 현수막을 펼쳐들고 '빨리 가자'는 제스쳐를 취했다. 전북 선수들은 원정 온 팬들 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포즈를 취한 뒤 재빨리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토록 원하던 별을 달고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5일 오후 2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전북-포항 간의 클래식 36라운드에서 전북에 우승 트로피를 수여한다. 제주 원정에서 마음껏 웃지 못한 전북은 과연 이날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서귀포=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