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전북 우승]이동국-김남일, 베테랑 품격은 특별했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11-08 17:51



선배들이 줄기차게 뛰어 다니니 후배들이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뛸 수 밖에 없다. 가슴에 세 번째 별을 단 전북 현대의 우승 일선에는 팀을 이끈 두 명의 베테랑이 있었다. '라이언킹' 이동국(35), '진공청소기' 김남일(37)이다. 평균 나이 36세인 이들은 후배 못지 않은 체력과 자기 관리, 팀을 이끄는 리딩 능력으로 전북을 2014년 K-리그 클래식 우승으로 이끌었다.

'캡틴' 이동국은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능력을 앞세워 클래식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그는 올시즌 정규리그 33경기 중 30경기에 출전 13골-6도움을 올리며 2009년 전북 입단 이후 6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특히 정규리그 33경기에서 전북이 터트린 53골의 36%(공격 포인트 19개)에 관여했다. 일주일에 세 경기를 치러도 출전을 강행할만큼 '강철체력'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7경기)와 FA컵(2경기), 리그(30경기), A매치(4경기)를 포함 9개월동안 43경기를 소화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경기에 나서지 말라고 해도 본인이 거부한다. 체력은 정말 타고 난 것 같다. 30대 중반이면 경기 다음날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데 20대 선수보다 이동국의 회복 속도가 더 빠르다"며 혀를 내둘렀다. 눈에 보이는 공격 포인트 이외에 투혼으로 전북의 반전을 이끌어냈다. 지난 4월 광저우 헝다와의 ACL 조별리그에서 오른 발등이 찢어지고 발가락에 실금이 가는 부상에도 그는 출전을 자처했다. 당시 전북은 리그에서 1무1패를 기록해 리그 순위가 5위까지 추락했다. 고통을 참고 경기 출전을 강행한 그는 클래식 8라운드 울산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전북의 반전을 이끌었다. 이후 전북은 줄곧 2위를 지키다 8월 3일 선두에 오른 이후 리그 우승을 향해 쾌속 질주를 시작했다.


FC서울과 전북 현대가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경기를 펼쳤다. 신경전을 펼친 FC서울 오스마르와 전북 김남일이 엘로우카드를 받고 있다.
상암=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11.02
김남일은 전북의 '정신적 지주'였다. '캡틴' 이동국마저 '믿고 따르는 형'이 김남일이다. 카리스마 속에 숨겨진 부드러움으로 후배들을 이끄는 능력이 탁월하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경기는 일주일에 한 경기씩만 뛰어줘도 된다. 김남일은 그라운드에 없어도 팀에서 해주는 맏형 역할이 상당하다"고 했다. 시련이 있었다. 김남일은 올시즌 부상으로 두차례나 그라운드를 이탈했다. 2월 브라질전지훈련 마지막날에는 발목을 다쳤다. 여름에는 무릎을 다쳤다. 당시 김남일은 최강희 감독을 찾아 은퇴 의사를 밝혔다. "엄살부리지마"라는 최 감독의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 그는 올시즌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며 그라운드 안팎에서 전북의 중심으로 활약했다. 보이지 않는 역할이 상당하다는게 최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축구에는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있다. 우리 팀에서는 그 역할을 김남일이 해준다. 기싸움에서 상대를 이기고 들어가면 동료들이 플레이하기 수월해진다"고 했다.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 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 '골잡이'의 역할도 톡톡히 했다. 김남일은 올시즌 10년만에 K-리그에서 골맛을 봤다. 그것도 2골을 넣으며 2003년 6골 이후 11년만에 멀티골 시즌을 보내고 있다. 2골 모두 결정적이었다. 김남일은 9월 14일 열린 경남과의 클래식 26라운드에서 결승골을 기록하며 전북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하루 먼저 경기를 치른 포항이 승리를 거둬 2위로 밀렸던 전북이다. 전북은 김남일의 결승골을 바탕으로 하루만에 1위를 탈환했고 이후 1위를 줄곧 지키며 2014년 우승컵을 품었다. 두 번째 골은 사실상 우승을 확정짓는 골이었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인 33라운드 수원전에서 김남일은 다시 한 번 결승골을 기록했다. 1대0 승리를 거둔 전북은 이날 승리로 2위 수원과의 승점차를 10점으로 벌리며 우승 8부 능선을 넘어섰다. 이동국은 김남일의 활약을 두고 "승점 6점을 혼자 따냈다. 이것만으로도 몸값 다했다"며 해결사 능력에 엄지를 치켜 세웠다.

두 베테랑에게도 특별한 우승이었다. 이동국은 전북에 입단한 이후 세 번째 별을 가슴에 달았다. 전북이 이뤄낸 K-리그 우승을 모두 함께 했다. 특히 수원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후배들이 우승을 확정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믓한 미소를 보냈다. 김남일은 필드 플레이어로는 환갑을 넘어선 37세에 생애 첫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기쁨을 맛봤다. "우승 했을 때의 희열을 느끼고 싶다"던 노장 김남일의 꿈이 2000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15년만에 이뤄졌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표현은 안하는 편이지만 이동국 김남일이 맏형 역할을 크게 해주고 있어서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고참의 리더십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최 감독의 믿음은 이번 우승으로 더욱 굳건해졌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