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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이 줄기차게 뛰어 다니니 후배들이 입에 단내가 나도록 뛸 수 밖에 없다. 가슴에 세 번째 별을 단 전북 현대의 우승 일선에는 팀을 이끈 두 명의 베테랑이 있었다. '라이언킹' 이동국(35), '진공청소기' 김남일(37)이다. 평균 나이 36세인 이들은 후배 못지 않은 체력과 자기 관리, 팀을 이끄는 리딩 능력으로 전북을 2014년 K-리그 클래식 우승으로 이끌었다.
'캡틴' 이동국은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능력을 앞세워 클래식 그라운드를 지배했다. 그는 올시즌 정규리그 33경기 중 30경기에 출전 13골-6도움을 올리며 2009년 전북 입단 이후 6시즌 연속 두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특히 정규리그 33경기에서 전북이 터트린 53골의 36%(공격 포인트 19개)에 관여했다. 일주일에 세 경기를 치러도 출전을 강행할만큼 '강철체력'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7경기)와 FA컵(2경기), 리그(30경기), A매치(4경기)를 포함 9개월동안 43경기를 소화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경기에 나서지 말라고 해도 본인이 거부한다. 체력은 정말 타고 난 것 같다. 30대 중반이면 경기 다음날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데 20대 선수보다 이동국의 회복 속도가 더 빠르다"며 혀를 내둘렀다. 눈에 보이는 공격 포인트 이외에 투혼으로 전북의 반전을 이끌어냈다. 지난 4월 광저우 헝다와의 ACL 조별리그에서 오른 발등이 찢어지고 발가락에 실금이 가는 부상에도 그는 출전을 자처했다. 당시 전북은 리그에서 1무1패를 기록해 리그 순위가 5위까지 추락했다. 고통을 참고 경기 출전을 강행한 그는 클래식 8라운드 울산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전북의 반전을 이끌었다. 이후 전북은 줄곧 2위를 지키다 8월 3일 선두에 오른 이후 리그 우승을 향해 쾌속 질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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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베테랑에게도 특별한 우승이었다. 이동국은 전북에 입단한 이후 세 번째 별을 가슴에 달았다. 전북이 이뤄낸 K-리그 우승을 모두 함께 했다. 특히 수원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후배들이 우승을 확정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믓한 미소를 보냈다. 김남일은 필드 플레이어로는 환갑을 넘어선 37세에 생애 첫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기쁨을 맛봤다. "우승 했을 때의 희열을 느끼고 싶다"던 노장 김남일의 꿈이 2000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15년만에 이뤄졌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표현은 안하는 편이지만 이동국 김남일이 맏형 역할을 크게 해주고 있어서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고참의 리더십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최 감독의 믿음은 이번 우승으로 더욱 굳건해졌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