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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인터뷰 "아시안컵, 정상 컨디션 아니라면…"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4-11-06 07:25


이동국. 전주=하성룡 기자

'라이언킹' 이동국(35·전북)의 2014년 시즌은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 지난달 26일 열린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수원전에서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돼 시즌을 접었다. 지난 4월 발가락 골절 통증도 참아내며 그라운드를 지켰던 이동국이지만 근육 부상에는 어쩔수 없었다. 다행히 전북이 클래식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밟고 있어 마음 편히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부상후 집에서 휴식을 취하다 잠시 바깥 나들이에 나선 이동국을 5일 전북 전주에서 만났다. "지금 많이 회복됐다. 시간이 걸리지만 금세 회복할 것이다." 얼굴에 미소가 흘렀지만 그는 아쉬움까지 숨기지는 못했다.

득점왕

득점왕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순간 짧은 한숨이 나왔다. 이동국은 클래식 34라운드까지 13골로 득점 선두를 질주중이다. 2009년(22골)이후 생애 두 번째 득점왕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동국의 득점행진에는 이미 마침표가 찍혔다. 반면 경쟁자인 산토스(수원)가 34라운드에서 13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대로 시즌이 끝날 경우 경기 출전수가 적은 이동국에게 득점왕 타이틀이 주어지지만 산토스가 1골을 더 넣게 될 경우 이동국은 또 다시 '2인자'에 그치게 된다. 이동국은 이미 마음을 접었다. "올시즌 득점왕을 하나 싶었는데 뜻하지 않게 이렇게 되니 많이 아쉽다. 시즌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내것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는게 맞다. 매해 2,3위로 끝났는데 올해도 내것이 아닌가보다. 그래도 지금 1위인 이 순간은 즐기고 싶다." 아쉬움이 그를 다시 뛰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이동국은 "공격수는 항상 득점왕을 노려야 한다. 내년에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아시안컵

이동국의 부상회복은 한국 축구의 큰 관심사다. 내년 1월에 열리는 호주 아시안컵을 준비 중인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3일 "이동국, 김신욱(울산)의 부상이 걱정거리다. 전형적인 원톱 타깃맨들을 부상으로 잃었다. 두 선수의 부상은 말한대로 아시안컵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 둘 중 한명이라도 희망적인 소식을 들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6주 진단을 받은 이동국의 복귀 시점은 12월 초. 경기에 나설 수는 있지만 문제는 한 달 넘게 경기를 뛰지 못한 감각이다. 선뜻 이동국이 아시안컵 출전에 대한 욕심을 밝히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팀은 항상 영광스러운 자리다. 아시안컵도 당연히 기회가 되면 뛰고 싶다. 하지만 근육 부상은 조심스러워 회복 시기를 예상하기가 어렵다. 부상을 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정상 컨디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하지 못하겠다." 스스로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라면 과감히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동국은 "컨디션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충분히 뛸 수 있는 상태면 당연히 출전하겠다. 하지만 부상에서 회복이 되어도 정상 컨디션으로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기력이 아닌 이름값으로 (아시안컵에서) 뛰는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족&테니스

부상의 아쉬움을 단번에 털어낸 인터뷰 주제는 테니스였다. 이동국의 가족 사랑은 유별나다. 10월 14일 열린 코스타리카전, 0-1로 뒤진 전반 46분 동점골을 성공시킨 이동국은 딸과의 약속을 지켰다. 테니스 세리머니였다. 테니스 선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초등학교 1학년 둘째 딸 재아를 위한 선물이었다. 세리머니 덕분에 이동국의 연관 검색어에는 '테니스'가 추가됐다. SNS상에서 이동국은 '동코비치(동국+조코비치)', 재아는 '재아포바(재아+샤라포바)'가 됐다. 세리머니 효과는 컸다. 재아의 테니스 선수로의 꿈이 더욱 커졌다. 이동국은 "내 세리머니 이후 재아가 윔블던이나 US오픈 우승을 한 뒤 사람들에게 박수 받는 꿈을 갖게 됐다. 위블던에서 우승을 하면 아빠를 위해 발리슛하는 세리머니를 해주겠다고 했다(웃음)"며 '딸 바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자신을 닮은 딸의 승부근성에는 이동국도 혀를 내둘렀다. "수원전에서 종아리 다치고 집에 갔는데 재아가 "속상하다"고 하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며칠전에 대회에서 진게 속상하다. 머릿속에서 안지워지는데 기억 지우는 약좀 달라'고 얘기하더라. 날 걱정한게 아니었다." 딸 넷에 곧 태어날 아들(태명:대박이)까지, '자식부자' 이동국의 자식 자랑은 이어졌다. "애들이 운동신경이 좋다. 테니스 하는 자식을 둔 부모들이 모두 상상하는 윔블던 우승을 자꾸 상상하게 된다. 운동회에서 첫째 딸과 둘째 딸이 각각 1반, 2반 달리기 대표로 대결을 했는데 누굴 응원해야 할까 고민했다. 나머지 딸들도 다 운동신경이 있으니 지켜봐야한다." '은퇴 후 계획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이동국의 '제2의 인생'을 이미 엿본 느낌이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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