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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었네요."
지난 1일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그룹 B 첫경기 성남전에서 0-1로 밀리던 후반 40분 동점골을 밀어넣은 '광양루니' 이종호의 첫마디는 그랬다. 애타게 기다리던 10호골이 3개월반만에야 터졌다. 전남은 성남과 1대1로 비겼다. 이 한골로 전남은 승점 1점을 추가하며 남은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2014시즌 리그 잔류를 확정했다.
이종호는 "겉으로 티는 안냈지만 말도 못하게 맘고생을 했다"며 웃었다. "처음엔 아홉수가 있는 걸까 하다, 길어지니까 아홉수가 있네 하다가, 더 길어지니까 아홉수란 게 정말 무섭구나 했다." 전남유스 출신의 에이스 이종호에게 그룹A 행은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만큼이나 이루고픈 꿈이었다. "나만 잘되는 걸 원치 않았다. 팀이 있기에 내가 있고, 아시안게임에 나갈 수 있었던 것도 하석주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덕분이다. 아시안게임에서 혜택까지 받았는데 감독님, 동료들에게 감사해서라도 상위 스플릿에 꼭 들고 싶었다"고 했다. "더 하고 싶은데 막판 체력이 따르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갔다오면서 방전이 됐다"고 했다. 인천전에서 코니가 버저비터골까지 터뜨리며 무승부(2대2)를 이뤘지만 6강 미라클은 없었다. 이종호는 "아쉬웠다. 주변 상황도 그렇고, 감독님께 죄송스러웠고, 마음이 많이 안좋았다"고 했다.
그래도 7위 전남의 공기는 마지막까지 강등 사투를 펼쳤던 지난 2년과는 사뭇 다르다. "2년간 강등권에 있었다. 그 분위기는 말로 표현 못한다"며 웃었다. "강등권에 있을 때는 인천처럼 그룹B 상위팀들이 정말 부러웠다. 다른 팀과 할 때 이겨줬으면 좋겠고, 우리와 할 땐 못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 시즌은 상황이 뒤바뀌었다"고 했다. "전남이 잔류를 확정해 동기부여가 안될 거라 생각하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 하 감독님께서 강등권 팀들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신다. 프로선수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프로라면 매경기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고, 팬들에게 승리를 가져다줘야 한다"고 했다.
이종호는 '절친 팀동료' 스테보와 나란히 10골을 기록하고 있다. 2004년 모따 이후 10년만에 전남 출신 득점왕에 도전한다. 득점 선두 이동국-산토스(13골), 3위 임상협(11골)을 추격중이다. 득점왕 경쟁을 언급하자 이종호는 "테보형과는 경쟁한다는 생각을 안한다. 테보형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테보형과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득점왕에 대해선 누가 하든 전남에서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가는 사람을 밀어주기로 했다"며 웃었다. "올시즌을 잘 보내게 된 데는 '룸메이트' 테보형 역할이 컸다"며 감사를 표했다. '전남의 투사' 스테보는 이종호의 절친이자 멘토다. 스테보는 상주전 전날도 사우나를 함께하며 골 기운을 팍팍 불어넣어줬다. "나도 시즌 시작후 11경기동안 골을 못 넣었다. 스트레스 받지 마라, 골은 언젠가 들어간다. 지금 하는 것처럼 네 플레이만 열심히 하면 된다. 아홉수만 넘기면 빵빵 터질 거다."
스테보의 예언은 통했다. 상주전에서 목말랐던 10호골이 작렬했다. 이종호는 "골이 터지는 순간 '아, 이게 왜 이제 터지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0호골의 기쁨보다 말없이 기다려주고 믿어주신 감독님과 형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아홉수'를 떨쳐낸 이종호의 향해 동료들이 몰려들었다. "모두 진심으로 축하해주는데 감동 받았다. 우리 전남은 정말 좋은 '원팀'이다. 하 감독님이 그렇게 만드셨다"며 애정을 표했다.
6강은 놓쳤지만, 꿈은 여전히 살아있다. "연말 시상식에 가고 싶다"던 꿈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종호는 득점왕 타이틀을 향한 꿈을 감추지 않았다. "시즌 목표를 15골로 잡아놨다.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1%의 확률이라도 있다면 도전해야 한다고 하 감독님이 말씀하지 않으셨냐"며 웃었다. "남은 4경기에서 전승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다. 아홉수도 넘었겠다. 개인 타이틀을 위해 더 열심히 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주역 이종호의 다름 목표는 A대표팀이다. "사실 아시안게임, 상위스플릿, 아홉수를 쉴새없이 생각하느라 A대표팀에 대해 생각은 하지 못했다"면서도 기대감은 감추지 않았다. "A대표팀은 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이다. 한국축구 역사를 함께 써나가고 싶다"고 했다. "남은 경기를 잘하면 슈틸리케 감독님이 한번 뽑아주시겠죠? 잘해봐야죠." 패기만만, 자신만만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