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변신' 박경훈 감독 "내가 언제 관악단 지휘해보겠어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10-17 07:11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제가 언제 관악단 앞에서 지휘해보겠어요. 잊지 못할 추억이 됐죠."

박경훈 제주 감독은 K-리그 이벤트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2년 전 군복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전시 컨셉트'에 맞춘 '장군 퍼포먼스'였다. 올해는 방송인 김보성이 몰고 온 '의리 열풍'에 맞춰 선글라스와 가죽 점퍼를 입은 '의리 복장'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박 감독이 또 한번 변신했다. 이번에는 '마에스트로'다.

제주는 18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포항과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에서 관중 2만명 동원에 나선다.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 성공기원과 제주도의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유치를 위한 '도민 결의 대회'를 개최한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전국체전 제주도 선수단 출정식과 함께 제주도립 서귀포 관악단 공연, 대형카드섹션, 폭죽행사, 월드컵 유치 서명운동 등 다양한 문화스포츠 이벤트가 진행된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제주특별자치도립서귀포관악단의 공연이다. 제주 프런트는 올시즌 제주의 슬로건이 '오케스트라 축구'라는 것에 착안해 서귀포관악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실 지난 5월 '의리 컨셉트'를 하기 전 제주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계획했다. 하지만 비용과 항공권 문제로 무산됐다. 제주는 이번 행사를 위해 일찌감치 서귀포관악단과 접촉했고, 서귀포관악단은 전폭적인 지원으로 화답했다. 제주는 6일 서귀포관악단과 함께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서귀포관악단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양방언이 작곡한 'PRINCE OF JEJU'를 연주했다. 특히 양경식 상임지휘자는 제주의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서귀포관악단을 지휘했으며 42명의 연주자들은 제주의 주황색 머플러를 착용하고 멋진 연주를 선보였다. 방점은 박 감독이 찍었다. 박 감독은 지휘자로 변신했다. 멋스러운 턱시도 차림으로 지휘자 단상에 오른 박 감독은 42명의 연주자들과 함께 제주의 공식 응원가인 '주황기'를 연주했다. 박 감독은 전문 지휘자 못지 않은 카리스마와 다채로운 표정 연기를 펼쳤고, 이날 박 감독을 지도한 양경식 상임지휘자의 박수를 받았다. 박 감독은 "처음에 제안을 받고 사진만 찍는 줄 알았다. 직접 현장에 가니 내가 직접 지휘를 하는 상황이었다. 10분 정도 배우고 단상에 섰는데 망막하더라.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더 열심히 공부할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며 "하지만 축구감독이 언제 오케스트라 앞에서 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겠나. 좋은 추억이 됐다"고 웃었다.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박 감독은 당시 상황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 했다. 그는 "단상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까 42명의 연주자들이 모두 내 손만 바라보더라. 하나의 화음을 내기 위해서 모두 긴장하고 준비하는 장면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며 "지휘자의 손 하나에 모든 악기들이 움직이고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지도해야 하는 축구 감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조화로운 축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오케스트라 축구'를 올시즌 슬로건으로 만들었는데 직접 지휘를 경험하고보니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날 또 한번의 변신이 예고돼있다. 제주는 포항전에 2만명 이상의 관중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감독은 2012년 "제주월드컵경기장에 관중이 2만명이 들어오면 오렌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겠다"는 파격 공약을 했다. 이번에야 말로 박 감독의 머리가 오렌지빛으로 물들 가능성이 높다. 박 감독은 "사실 부담이 되는데 정말 2만명이 오신다면 제주 구단에 기념비적인 일이 아니겠나. 기꺼이 염색을 하겠다. 그래서 요즘 두피 관리를 위해 샴푸도 좋은 것으로 바꿨다"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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