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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언제 관악단 앞에서 지휘해보겠어요. 잊지 못할 추억이 됐죠."
박경훈 제주 감독은 K-리그 이벤트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2년 전 군복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전시 컨셉트'에 맞춘 '장군 퍼포먼스'였다. 올해는 방송인 김보성이 몰고 온 '의리 열풍'에 맞춰 선글라스와 가죽 점퍼를 입은 '의리 복장'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박 감독이 또 한번 변신했다. 이번에는 '마에스트로'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제주특별자치도립서귀포관악단의 공연이다. 제주 프런트는 올시즌 제주의 슬로건이 '오케스트라 축구'라는 것에 착안해 서귀포관악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실 지난 5월 '의리 컨셉트'를 하기 전 제주는 오케스트라 공연을 계획했다. 하지만 비용과 항공권 문제로 무산됐다. 제주는 이번 행사를 위해 일찌감치 서귀포관악단과 접촉했고, 서귀포관악단은 전폭적인 지원으로 화답했다. 제주는 6일 서귀포관악단과 함께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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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당시 상황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 했다. 그는 "단상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까 42명의 연주자들이 모두 내 손만 바라보더라. 하나의 화음을 내기 위해서 모두 긴장하고 준비하는 장면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며 "지휘자의 손 하나에 모든 악기들이 움직이고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지도해야 하는 축구 감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조화로운 축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오케스트라 축구'를 올시즌 슬로건으로 만들었는데 직접 지휘를 경험하고보니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날 또 한번의 변신이 예고돼있다. 제주는 포항전에 2만명 이상의 관중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감독은 2012년 "제주월드컵경기장에 관중이 2만명이 들어오면 오렌지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겠다"는 파격 공약을 했다. 이번에야 말로 박 감독의 머리가 오렌지빛으로 물들 가능성이 높다. 박 감독은 "사실 부담이 되는데 정말 2만명이 오신다면 제주 구단에 기념비적인 일이 아니겠나. 기꺼이 염색을 하겠다. 그래서 요즘 두피 관리를 위해 샴푸도 좋은 것으로 바꿨다"며 웃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