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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호 황태자 경쟁, 선두주자는 '쌍용과 남태희'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4-10-14 22:09


◇기성용(오른쪽)이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셀소 보르게스와 치열하게 볼을 다투고 있다. 상암=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이청용(26·볼턴)과 기성용(25·스완지시티), K-리그가 키워낸 '쌍용'은 한국 축구의 대세였다.

10월 A매치 2연전으로 베일을 벗은 슈틸리케호에서도 변함 없는 클래스를 증명했다. 이청용, 기성용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 선발로 나섰다. 지난 10일 천안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 이은 2경기 연속 출격이다. 새롭게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60·독일)은 10월 A매치 평가전에서 23명의 선수를 모두 시험하겠다고 선언했다. 파라과이전과 코스타리카전의 색깔은 확연히 구분됐다. 그러나 '쌍용'의 자리는 한결같았다. 두 선수는 2경기 모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한국 축구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입증했다.

이름값만 빛나는 클래스가 아니었다. 실력으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이청용은 파라과이전 승리의 수훈갑 역할을 톡톡히 했다. 슈틸리케호의 어색함을 전반 10분 만에 깼다. 현란한 돌파와 기가 막힌 볼 트래핑으로 파라과이 수비진을 흔들었다. 그의 발끝에서 김민우(24·사간도스)의 선제골, 남태희(24·레퀴야)의 추가골이 시작됐다. 클래스를 증명하는데 전반 45분이면 충분했다. 만면에 웃음을 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에게 전반 종료와 함께 합격도장을 찍었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자리를 지킨 기성용은 다재다능했다. 공격의 시작점이자 수비의 보루였다. 수비 상황에는 스스로 중앙 수비 2명 사이로 내려가 중심축을 지켰고, 공격에선 거리낌 없는 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쌓은 경험을 실력이 말해줬다.

파라과이전에서도 '쌍용'은 여전히 중심이었다. 오른쪽 측면을 책임진 이청용은 파라과이전과 마찬가지로 과감한 돌파를 앞세워 조직력을 앞세운 코스타리카 수비진을 공략했다. 기성용은 중원사령관으로 잇달아 위협적인 패스를 연결하면서 중심을 지켰다. 1960년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밟지 못한 아시아 정상의 꿈, 그 중심에는 '쌍용'이 자리잡고 있었다.

슈틸리케호는 제로베이스로 출범했다. '쌍용'의 독무대는 아니었다. '깜짝 스타'도 탄생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카타르리그 시절 이웃사촌이었던 남태희가 스타로 부상했다. 파라과이전 쐐기골에 이어 코스타리카전에서도 선발로 낙점을 받았다. 전후좌우 가리지 않는 폭넓은 활동량으로 살림꾼 역할을 했다. 코스타리카전에선 0-1로 뒤지던 전반 46분 아크 오른쪽에서 손흥민(22·레버쿠젠)에게 패스를 연결, 이동국(35·전북)의 동점골로 연결되는 장면을 만들었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쓰지 못했으나, 파라과이전에서 증명한 가능성을 코스타리카전에서도 선보였다.

황태자의 자리는 아무나 가질 수 없다. 모두가 공평한 평가를 받는 제로베이스의 슈틸리케호는 무한경쟁의 시대다. 10월 A매치 2연전에서 황태자 경쟁의 선두주자로 치고 나선 이청용, 기성용, 남태희의 질주가 11월 원정 A매치 2연전에서도 이어질 지 지켜볼 일이다.


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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