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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함께 여행을 하면 동반자의 '진짜' 성격을 알수 있다고 한다. 일주일이면 성격을 파악하기에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신임 감독이 "새로운 여행이 시작됐다"며 첫 걸음 뗀지 7일이 지났다. 한국 축구의 여행 동반자, 슈틸리케 감독은 과연 어떤 지도자일까. 일주일간의 파주NFC(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 훈련과 세 차례의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슈틸리케 감독의 본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강한 카리스마의 소유자일 것 같은 차가운 첫 인상과는 달랐다. 슈틸리케 감독을 세 단어로 설명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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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의 '꼼꼼함'은 7일 파주NFC에서 열린 소집 첫 훈련에서부터 드러났다. 당시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훈련을 위해 쓰이는 콘의 위치를 잡는데 오랜 시간을 썼다. 발걸음 수를 세어 콘을 놓았다. 전술 훈련에서는 선수들의 위치를 하나하나 지정했다. 13일 공식 훈련에서도 그는 훈련용 폴대를 들고 직접 움직였다. 꼼꼼함은 상상 이상이었다. 13일 기자회견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꼼꼼함'이 다시 한번 화제에 올랐다. '선수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보며 훈련하는 이유'를 묻자 슈틸리케 감독은 "종이를 준비해서 훈련하는 이유는 준비한대로 훈련을 진행하기 위함이다"라고 했다. 꼼꼼한 준비는 그의 철칙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계획한대로 훈련한다. 4~6명으로 그룹을 나눌 때도 즉흥적으로 나누는게 아니다. 미리 계획된 상황대로 그룹을 분류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수들의 생활까지 피곤하게 하지는 않는듯 하다. 그는 "선수들의 훈련 태도가 훌륭하다. 특별한 규율은 없다"며 자유로움을 강조했다.
냉정해 보이기에 그의 '농담' 한마디의 파급효과가 더 커보인다. 파라과이전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바탕 웃음을 선사했다. "혹시 파라과이 대표팀에서 일하는가. 전술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게 의심스럽다(웃음)." '파라과이전 공격진 구성'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어 "지금까지 축구하면서 비밀스럽게 간직하는게 이런 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을 위트로 넘긴 센스가 돋보였다. 코스타리카전을 앞둔 기자회견장에도 웃음이 넘쳐났다. '훈련에 종이를 들고 나가는 이유'에 대해 묻자 먼저 스페인어로 답한 뒤 웃음을 보였다. '이정도면 웃길것'이라는 자신감 있는 표정이었다. 답은 이랬다. "훈련을 위해서지 내가 치매가 있어서 쪽지를 갖고 다니는건 아니다."
상암=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