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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신욱·주호·승규, 잔혹사 끊고 금빛 도전만 남았다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4-10-02 06:18


이광종호의 와일드카드 삼총사 김신욱-박주호-김승규. 스포츠조선DB.

앞에는 '신욱', 중간에는 '주호', 뒤에는 '승규'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 잔혹사도 끝을 예고하고 있다. 김신욱(26·울산) 박주호(27·마인츠) 김승규(24·울산), 와일드카드 삼총사의 도전도 종착역에 다다랐다. 28년 만의 결승 진출을 이뤘다. 1986년 서울 대회의 금메달 재현, 이제 단 한고개만 남았다.

긴 세월을 돌아왔다.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는 2002년 부산 대회부터 23세 이하로 연령 제한이 생겼다. 3장의 와일드카드가 동시에 도입됐다. 첫 시작은 이운재 이영표 김영철이었다. 이운재와 이영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다. 기대가 컸다. 홈이점을 앞세워 순항했다. 그러나 4강에서 와일드카드가 고개를 숙였다. 이란과의 연장혈투 끝에 득점없이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했다. 이운재는 승부차기에서 단 한 차례 선방도 없었고, 두 번째 키커로 나선 이영표는 실축했다.

2006년 도하에선 이천수 김두현 김동진, 2010년 광저우에선 박주영 김정우가 와일드카드로 발탁됐지만 매듭을 푸는 데 실패했다. 와일드카드는 어린 선수들의 기댈 언덕이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는 그들의 고충이다. 말 못할 부담감은 헤어나올 수 없는 덫이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광종호의 와일드카드는 또 달랐다. 아픔이 있는 인물들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다. 김신욱과 김승규는 조별리그 최종전인 벨기에전(0대1 패)에서 첫 선발 기회를 잡았다. 부상으로 우여곡절 끝에 뒤늦게 승선한 박주호는 1분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생애 첫 월드컵, 그들의 성적표는 1무2패였다.

그래서 출발부터 달랐다. 나이는 잊었다. 희생과 솔선수범은 그들의 키워드였다. 이광종 감독도 엄지를 세웠다. "와일드카드로 뽑힌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솔선수범해주고 있다. 지금과 같은 활약만 펼친다면 28년 만의 금메달도 문제없다."

최전방에는 김신욱, 중원에는 박주호, 골문에는 김승규가 버티고 있다. 박주호는 단 한 경기도 그르지 않고 수비형 미드필더에 포진, 공수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홍콩과의 16강전(3대0 승)에선 환상적인 중거리포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돼 라오스와의 조별리그 최종전(2대0 승)을 건너 뛴 김승규는 선발 출전한 5경기에서 모두 무실점을 자랑했다. 일본과의 8강, 태국과의 4강전에서 몸을 날리는 슈퍼 세이브로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1m98의 고공폭격기 김신욱은 명암이 교차했다. 시작은 산뜻했다.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3대0 승)에서 득점포를 가동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2차전(1대0 승)에서 경기 시작 17분 만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상대 태클에 오른쪽 종아리를 다쳤다. 이어 4경기 연속 결장했다. 한-일전, 태국전에선 대기했지만 이 감독은 부상 재발을 우려해 아꼈다.


태국전 후 김신욱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사실 거의 다 나았다. 몸상태가 70%라고 한건 상대를 방심시키기 위해서였다. 준비는 끝났고, 결정은 감독이 한다. 결승에서 북한을 만나게 돼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어 기쁘다." 미소가 흘렀다. 이 감독도 마음에 변화가 일고 있다. 지난 30일에는 "베스트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100%가 아니다. 결승전에서도 후반전에 상황이 안 좋아지면 들어갈 확률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전을 하루 앞둔 1일에는 "선수들은 경기에 뛰고 싶어하기 마련이다. 욕심이 있을 것이다. 어제 경기에서도 투입을 고민했지만, 앞서고 있는 데다 수비에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꼈다. 결승전에서는 상황에 따라 투입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36년 만에 성사된 남북 결승대결이다. 운명의 휘슬은 2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울린다. 김신욱과 박주호, 김승규에게도 '인생의 경기'다. 후회없는 금빛 마침표만 머리 속에 그리고 있다. 그들의 마지막 도전이 시작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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