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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덜도 많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전남 킬러' 박수창(24·제주)을 위한 헌사였다. '클래식 1년차' 공격수가 전반에만 4골을 한꺼번에 몰아치며, K-리그 클래식의 새역사를 썼다. .
'리그 득점 2위' 이종호, '왼발 윙어' 안용우 등이 '이광종호'의 부름을 받은 상황, 전현철 박기동 심동운 이현승 등 기회에 굶주린 선수들이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올시즌 홈에서 단 2패만을 기록한 '안방 강호' 제주는 난공불락이었다. 박수창의 날선 '창'을 막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박수창과 함께, '황볼트' 황일수, '드로언니' 드로겟이 초반부터 강력한 전방압박과 함께 파상공세를 펼쳤다. 전반 11분 제주의 선제골이 터졌다. '클래식 1년차' 박수창이었다. 2012년 대구 유니폼을 입고 1경기를 뛰었고, 2013년 K-리그 챌린지 충주에서 29경기를 뛴 박수창은 올시즌 박경훈 제주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박 감독이 "동계훈련때 혜성처럼 나타난 선수"라고 지칭한 기대주다. 박수창은 지난 4월 수원FC와의 FA컵 32강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1골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박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7월23일 전남전 조커로 투입돼 시즌 2호골을 터뜨린 박수창은 자신감이 넘쳤다. 문전에서 골대를 맞고 튕겨나온 세컨드볼을 강력한 헤딩으로 밀어넣었다. 전반 16분 박수창의 슈팅이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몸놀림이 가벼웠다. 이날 맹활약의 전조였다. 전반 20분 박수창의 준비된 발끝이 또다시 빛났다. 골키퍼 김호준의 크로스를 곧바로 이어받아 전남 수비진보다 한발 앞서 박스 바깥에서 대포알 중거리포를 날렸다. 김병지의 키를 넘긴 영리한 슈팅은 골망을 흔들었다. 박경훈 감독이 양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했다.
전반 30분 '운동머신' 심동운의 추격골이 터졌다. 김태호가 박스 왼쪽에서 살짝 올려준 볼을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톡 건드리듯 밀어넣었다. 심동운의 골 직후인 후반 31분 하석주 감독은 박기동을 빼고, 스테보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3경기 연속골로 전남의 3연승을 이끌었던 스테보가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후반에도 박수창의 활약은 계속됐다. 후반 전남 수비를 벗겨낸 박수창이 박스 정면의 황일수에게 패스를 찔러줬다. 황일수가 제주의 5번째 골을 터뜨린 후 환호했다. 후반 25분 스테보의 만회골이 터졌다. 김태호가 중원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헤딩으로 마무리했다. '포기하지 않는 전사' 스테보의 시즌 8호골이었다. 수원 부산 전북전에 이어 4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후반 29분 박수창이 진대성과 교체되자 제주팬들이 일제히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후반 인저리타임 루이스의 마지막 축포, 제주의 여섯번째 골이 터지며 경기는 마무리됐다.
결국 제주가 6대2로 대승했다. 양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전남의 한가위 제주 원정은 잔혹했다. 지긋지긋한 제주 징크스를 끝내 넘지 못했다. 반면 최근 인천, 서울 원정에서 0대0 무승부를 기록한 제주의 한가위는 풍성했다. '골가뭄'을 시원하게 풀어냈다. 이날 경기에서 양팀은 올시즌 한경기 최다골 기록을 작성했다. 제주는 올시즌 한경기 최다득점, 전남은 한경기 최다실점을 기록했다. 제주의 파상공세속에 심동운, 스테보 추격골을 터뜨린 장면, 오른쪽 풀백 김태호가 2도움을 기록한 장면만이 위안이었다.
불꽃 튀는 6강 전쟁 중에 4위 전남과 5위 제주의 자리가 바뀌었다. 양팀은 나란히 승점 39점을 기록했지만, 득실차에서 제주가 앞서며 4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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