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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네이터' 차두리(34·서울)가 돌아왔다.
최고참 이동국부터 막내 손흥민(22·레버쿠젠)까지 그의 경계는 없다. 한 살 차이인 이동국과는 설명이 필요없다. '띠동갑'인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 후배다. 기성용(25·스완지시티) 이청용(26·볼턴) 등과는 남아공에서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기성용은 스코틀랜드 셀틱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해외파 태극전사들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든든한 응원군이다. 지난해 K-리그에 둥지를 튼 그는 국내파와도 벽이 없다.
이렇다보니 차두리가 구심점이다. 해맑은 미소와 거침없는 장난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손흥민마저 차두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얼굴을 제대로 쳐다도 못봤다. 아시안컵(카타르·2011년)에선 B팀에서 훈련하면서 징징거리더니…. 이제는 기다리게도 하더라. 어깨도 핀 모습이 보기가 좋더라. 많이 변했지만 한국 축구에는 좋은 점이다." 차두리의 행복이었다.
존재감은 특별했다. 후배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사랑스러웠다. 차두리는 "나도 해외에 있다가 대표팀에 차출된 적이 있다. 소속팀에서 잘 할때도 있었고, 못 할때도 있었다. 지금(손)흥민이를 보면 당당하고, 거침이 없다. 반면 소속팀에서 저조한 선수들은 눈빛부터 다르다. 그들에게 다가가 한마디 더 하고 챙겨주고 싶은 것이 선배의 마음이다. 대표팀에 들어온 것은 한국 축구 최고의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감을 가지면 분명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자신에 대해서는 가혹했다. 그는 "고참은 경기력이 안되면 결국 팀에는 짐이다. 경기장 안에서 100%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선수 생활의 기로에 서 있다. 올시즌을 끝으로 서울과 계약이 끝난다. 현역과 은퇴의 경계선에 서 있다. 시즌은 12월 종료되고, 호주아시안컵은 내년 1월 열린다. "태극마크는 큰 선물이다. 소속팀에서 열심히 해서 좋은 경기력을 인정받아 파주에 다시 오게됐다. 하지만 태극마크가 선수 생활 연장에 동기부여가 될 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번에 선물받은 것을 제대로 돌려주고 싶다."
차두리는 베네수엘라(5일·부천종합운동장), 우루과이(8일·고양종합운동장)와의 A매치 2연전에 출격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서른 넷 차두리가 그랬다.
파주=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