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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주의 비행기+안용우의 오른발+전현철의 헤딩'광양극장 뒷얘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9-01 08:32


◇좀처럼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하석주 전남 감독이 31일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전북전 후반 인저리타임 전현철의 역전골 직후 양팔을 활짝 펼치며 '비행기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 프리킥골 직후 비행기 세리머니를 선보인 이후 실로 오랜만의 '비행기 세리머니'에 대해 하 감독은 "나도 모르게 몸이 그렇게 됐다. 지도자 생활을 하며 이렇게 승리에 도취된 적은 처음이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웃었다. 선두 전북을 2011년3월 6일 승리 이후 3년반만에 꺾었다.
 사진=스포츠조선DB, 사진 캡처=스포티비

31일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전남이 홈에서 선두 전북을 잡았다. 2011년 3월 이후 9경기(3무6패)에서 단 한번도 전북을 넘지 못했다. 올시즌 3번의 맞대결에서 3전패했다. 4번째 맞대결에서 감독도 선수도 절실했다. 전반 10분 한교원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전반 35분 스테보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후반 인저리타임 기적같은 전현철의 '버저비터' 역전골이 터졌다. 전남이 2대1로 승리했다. 이날 '광양극장' 막전막후에는 전북전 필승을 향한 전남의 절실함이 있었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경기전 선수들에게 "몸을 던지라"고 주문했다. 필사적이었다. 버저비터 역전골, 한 장면 속엔 전남의 절실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왼발'의 안용우는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고, '헤딩'에 약한 1m75 전현철은 헤딩골을 밀어넣었으며, '세리머니 하지않는 사령탑' 하 감독은 '비행기 세리머니'를 펼쳐보였다.


전북전 후반 인저리타임 버저비터 역전골은 절실함의 결과물이었다. '왼발'의 안용우는 '오른발' 크로스를 올렸고, '헤딩'에 약한 1m75 전현철은 필사적인 서전트점프와 함께 헤딩골을 밀어넣었다. 역전골 직후 전현철(오른쪽)과 안용우가 함께 달리며 포효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남 드래곤즈 구단, 사진캡처=스포티비
'왼발 윙어' 안용우의 오른발 크로스

안용우는 전남의 공격을 이끄는 '왼발의 윙어'다. 23경기에서 5골5도움을 기록중이다. 올시즌 스테보를 향한 4도움은 모두 왼발에서 나왔다. 안용우의 왼발은 상대 수비수들의 경계대상 1호다. 전남전을 앞두고 최강희 전북 감독 역시 경계해야할 선수로 안용우와 스테보를 꼽았다. '왼발의 달인' 하석주 감독은 상대에게 왼발을 읽힌 안용우에게 '왼발 전술'을 역이용하는 법을 조언했다. "한번 접고 오른발로 때리는 것을 연습하라"고 했다. 왼발을 노리던 수비수들이 예기치 못한 오른발 움직임에 당황할 것을 노렸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인저리타임, '왼발잡이' 안용우의 '오른발' 크로스가 작렬했다. 전현철이 페널티박스 바깥쪽에서 안용우에게 볼을 주고 돌아들어가며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왼발만큼 정확한 궤적의 '택배 크로스'가 전현철의 머리위에 배달됐다. 전현철이 필사적인 헤딩이 골망을 갈랐다. 짜릿한 버저비터, 기적같은 역전골이 터졌다. 전현철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용우의 크로스가 워낙 좋았다. 나를 보고 올렸다고 하더라. 고맙게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전메시' 전현철의 헤딩골

전현철은 '전메시'로 통한다. 부경고 시절 절친 윤빛가람과 우승을 이끌었고, 아주대에서는 하석주 감독의 지도속에 U-리그 득점왕에 오르는 등 성장을 거듭했다. 문전에서 공간을 치고 빠져나가는 움직임은 자타공인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헤딩골은 드물었다. 지난해 전남 이적 후 6골1도움을 기록했지만 헤딩골은 없었다. 무승부가 굳어지던 전북전 인저리타임, 1m75의 전현철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후반 28분 이종호와 교체투입된 전현철은 절박했다. "프로에 온 후 한번도 전북, 포항을 이기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도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승리를 향한 간절한 열망으로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헤딩골은 처음 아니냐는 질문에 "공격수라면 어떻게 해서든 골을 넣고 싶은 마음이 크다. 다리나 머리나 골 들어가면 다 똑같다. 헤딩으로 넣었다는 게 나도 신기하다"며 웃었다. 하석주 감독 역시 "현철이가 대학교 때부터 헤딩은 잘 못했다. 발밑이 좋다 보니 헤딩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발만 써서는 안된다. 머리도 써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현철이가 최근 헤딩슈팅 연습을 열심히 하더라"며 애제자의 '반전 헤딩골'에 흐뭇함을 표했다.

하석주 감독의 '비행기' 세리머니

하 감독은 세리머니가 없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선수들의 골이 터질 때면 미소와 함께 '왼손'을 불끈 쥐고 한두번 얌전히 흔들 따름이다. 전현철의 전북전 버저비터골 앞에선 하 감독의 호수같은 평정심도 무너지고 말았다. 벤치에서 양팔을 번쩍 펼쳐올렸다. 프랑스월드컵 멕시코전 프리킥골 직후 보여줬던 '비행기 세리머니'가 작렬했다. 환한 미소와 함께 양팔을 펼친 채 벤치 앞으로 달려나갔다. 전북전 역전승의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말 그대로 버저비터였다. 세리머니를 할 수밖에 할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몸이 그렇게 됐다. 선수때도 하지 않던 과격한 세리머니였다. 끝날 때쯤 되니 상대 벤치 생각도 나고, 창피한 것을 느꼈다"며 웃었다. "노상래 수석코치가 테크니컬존을 벗어날까봐 걱정했다. 노 코치가 제지하지 않았다면 전현철이 환호하는 관중석 앞까지 달려갈 뻔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전북을 이기고 싶은 간절함이 그만큼 컸던 것같다."
광양=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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