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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보다 낫다는 평가받았던 '울산의 소방수' GK 이희성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4-08-27 06:47


이희성. 사진제공=울산 현대

중고교 시절에는 'K-리그 대세'가 된 김승규(24·울산)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승규와 '절친'인 이희성(24·울산)은 선의의 라이벌이었다. 그러나 고교 졸업 후 평가가 엇갈렸다. 김승규가 구름 위를 걷는 동안 이희성은 음지에 고립됐다.

그런데 먹구름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비추었다. 프로가 된 지 4년 만이다. 9월에 프로 공식 데뷔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김승규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발탁되면서 이희성이 울산의 주전 수문장 역할을 맡게됐다. 한국이 대회 결승전까지 진출할 경우 최대 K-리그 클래식 7경기를 책임져야 한다. 그야말로 '울산의 구원투수'가 됐다. "설렌다." 이희성의 목소리는 떨렸다.

이희성에게 골키퍼는 운명이었다.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울산 옥동초 5학년 때부터 골키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희성은 "김병지 선배의 꽁지머리에 반했다. 넘어지면서 선방하는 장면이 멋있어 보이더라"고 말했다.

이희성에게 '절친' 김승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김승규가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때 이희성은 울산 2군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승규와 함께 17세 이하 대표까지 지냈는데 이후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많이 부러웠다"고 고백했다. 2군 생활이 길어지자 축구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그는 "'아,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데 축구를 계속 해야되나'라는 생각도 들더라.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오기'로 버텼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못버텨내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다고 느꼈다. 안되도, 되도 울산에서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박창주 울산 골키퍼 코치의 조언도 큰 힘이 됐다. 이희성은 "박 코치님께서 항상 밝은 모습을 유지하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격려해주셨다"고 했다.

이희성의 장점은 빠른 판단력이다. 수비진이 무너졌을 때 빠르게 뛰어나와 상대 공격수의 슈팅 각도를 좁히는 능력이 좋다고 평가받는다. 그러나 골키퍼치곤 키(1m84)가 작은 편이다. 그래도 브라질월드컵을 보면서 희망을 봤다. 그는 "멕시코의 오초아와 코스타리카의 나바스는 큰 키가 아니다.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작은 키로도 경쟁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희성은 조민국 울산 감독의 특별관리(?) 선수가 됐다. 이희성이 부상이나 경고누적으로 골문을 비울 경우 불안함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희성은 "감독님께서 우스갯소리로 숙소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하셨다. 슬리퍼 대신 운동화를 신으라고 당부하셨다"고 웃었다.

이희성의 꿈은 라이벌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다. "아직은 승규보다 부족하다. 그러나 이번 기회로 조금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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