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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벌의 주인은 서울의 '수호신' 유상훈이었다.
유상훈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과의 2014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8강 2차전 승부차기에서 포항 키커의 슛을 모두 막아내는 기염을 토하며 팀의 4강행을 이끌었다.
유상훈은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나 "ACL이라는 큰 대회에서 4강에 올라 기쁘다. 120분 간 무실점으로 막아준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포항 키커들이 승부차기에 들어서면서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1번 키커와 2번 키커 슛을 모두 막아내면서 자신감이 생기면서도 어리둥절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상훈의 선발 투입은 의외였다. 베테랑 김용대의 자리를 꿰찼다. 김용대는 앞선 전북과의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에서 신들린 선방으로 역전승에 기여했다. 급성장한 유상훈의 기량과 김용대의 관록이 불을 뿜었다. 유상훈 카드를 택한 최용수 서울 감독은 승부차기 승리가 확정되자 벤치의 김용대를 껴안으면서 사제의 정을 나눴다. 최 감독은 "오늘까지 고민을 했다. 경기 전 (김)용대를 내 방에 불러 '고민한 결과 마지막(승부차기)엔 (유)상훈이가 역할을 해줄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용대가 잘 받아들여줬다. 용대가 있었기에 상훈이가 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상훈은 "어제까지만 해도 연습 때 승부차기를 잘 못 막았다. 우리 선수들이 워낙 킥이 좋다"고 웃으며 "경기 직전 미팅 때까지 선발로 나설 지 몰랐다"고 밝혔다.
유상훈은 신들린 선방으로 최 감독의 믿음에 200% 보답했다. 승부차기에 나선 황지수와 김재성, 박희철 모두 유상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유상훈은 "한 달 전 FA컵에서 (포항 선수들의 슛을) 막아본 경험이 오늘 잘 발휘된 것 같다"며 "박희철의 경우 데이터에 없었지만, 앞선 두 명의 슛을 막아내다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감도 잘 들어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선수들이 워낙 슛이 좋아 승부차기에 가면 진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