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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운집' 전북-서울전, K-리그 흥행 또 다른 교본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8-24 16:23


사진제공=전북 현대

전북과 서울이 전주에서 격돌한 23일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 경기는 흥행의 또 다른 교본이었다.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3만597명의 관중이 모여들었다. 올 시즌 전북 최다관중이었다. 2010년 이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서울의 클래식 경기 평균 관중 1만7522명의 1.74배였다. 서울과 수원(혹은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 부럽지 않았다. 단순하게 전북과 서울이 맞붙었기에, 혹은 전북이 1위를 질주하고 있었기에 많은 관중이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경기 전 기획부터 끊임없는 이슈메이킹의 결과였다.

기획부터 신선했다. 상대팀인 서울을 대놓고 겨냥했다. 유머를 곁들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밀짚모자를 쓰고 고무장화를 신은 채 나섰다. 2011년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선보였던 '봉동이장' 패션이다. 한가지 변화가 있었다. 그의 손에는 사냥총이 들려 있었다. '독수리'를 사냥하는 포즈를 취했다. 독수리는 최용수 서울 감독의 별명이다. 지난해 6월 A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뒤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최 감독을 넘겠다는 의지였다 "이제 독수리 잡아야지"라는 출사표를 던졌다.


사진제공=FC서울
서울도 쿨하게 응수했다. '이장님이 쏘아올린 작은 총알, 서울에서는'이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올렸다. '전북은 서울과의 15번의 경기에서 3골 밖에 못넣었다'며 명중률이 낮다고 밝혔다. 동시에 '독수리는 천연 기념물 제243호로 보호받고 있다'고 대응했다. 유쾌한 설전이었다.

꾸준히 이슈도 나왔다. 전북의 이동국 9월 A매치 발탁 소식이 날아들었다. 출전한다면 100번째 A매치였다. 35세인 이동국의 A대표팀 발탁을 놓고 말들이 오갔다. 논란 자체가 서울-전북전을 홍보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전북이나 서울 모두 중간중간 선수들과 감독들의 아이스버킷챌린지 이벤트도 벌였다. 3만597명 구름 관중의 원동력이었다.


사진제공=전북 현대
3만여 관중들을 실망시키지 않은 경기가 펼쳐졌다. 시종 일관 양팀은 팽팽하게 맞부딪혔다. 선수들 모두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K-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날려버렸다. 특히 후반 16분 이동국은 '클래스가 다른' 발리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유럽 축구의 최정상급 스트라이커가 보여줄만한 환상적인 터닝발리슛이었다.

묘한 여운도 남겼다. 이날 승자는 원정팀 서울이었다. 원정팬들은 '기쁨'으로 마음을 채웠다. 반면 홈팬들은 '복수심'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다시 오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행여 실망했을지도 모를 팬들은 위한 위안도 있었다. 이동국은 경기 후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오면 진다'라는 생각하지마세요. 오늘 전북 팬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라며 '아직 경기가 많이 있고 '내가 가면 이긴다'로 바꿔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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