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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받고. 걸고 걸리고. 90분간의 혈투에서 얻은 전리품은 여느 경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값졌다. 16일 저녁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21라운드, 홈 팀 포항을 0-2로 잡은 전북의 이야기다. "팀이 좋아졌다"라는 말을 몇 번씩 되뇌인 '강희대제' 최강희 감독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아주 미세하게 들떠 있었다.
▲ 승리 축하한다. 오랜만에 포항 악몽 없이 푹 잤을 것 같다.
▲ 포항 스틸야드는 그만의 특유한 분위기가 있다. 포스코 단지 내 숲으로 둘러싸인 경기장 위치도, 홈 팬들의 열기도 그렇다. 상대 전적은 물론 익숙지 않은 환경 역시 부담스러웠을 법한데.
"스틸야드는 그런 게 있다. 아무래도 선수 때부터 신경이 쓰이는 구장이기는 하다. 다만 포항과의 경기를 보면 상대가 잘한 것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 무너진 것도 많다. 포항은 황선홍 감독이 몇 년째 이끌며 작년부터 부쩍 좋아졌다. 팀이 만들어진 상태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우리는 작년에도, 올해도 조직력이 다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상태로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다 보니 고전을 많이 했다."
▲ 확실히 시즌 초반엔 아쉬움이 있었다. 선두권에 머물기는 했어도 한창때의 화끈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 득점 수치도 전반기 기준 경기당 1.25골(12경기 15득점)에 그치지 않았나.
"선수들의 적응 속도가 눈에 딱 들어올 정도로 좋아지질 않더라.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고 봤다. 어쩌면 올해엔 정상 도전을 못 하고, 내년에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딱 기폭제가 있었다. 최은성이 은퇴한 상주전(6-0 승)이 그랬다. 보통 2-0, 3-0이 되면 선수들이 끝났다고 여기는데, 그날은 집중력을 갖고 골을 더 넣으려 덤볐다. 내가 항상 얘기했다. '개인 능력도 있고 팀도 괜찮은데, 그걸 나타내지 못하면 여러분들이 어려워진다'고 말이다. 그러던 중 이런 경기를 하고 나니 자신감이 확 생겼다."
▲ 그 여세가 이번 포항전에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스틸야드에서 0-2 승리를 거둔 뒤 내리 6연패(승부차기 포함)한 것과는 어떻게 달랐나.
"우리가 특히 안 좋을 때 포항을 많이 만난 것도 연패에 크게 작용했다. 지난번 홈에서 졌을 때는 '당분간 계속 질 것 같다'라는 표현도 했다. 지금은 팀에 힘이 붙어 충분히 싸워볼 만했다. 의외의 선제골만 아니면 이번에는 꼭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에게도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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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전이나 결승전 같은 큰 경기는 어쩔 수 없다. 축구는 투쟁력으로 포장되는 몸싸움, 기 싸움을 해야만 한다. 초반에 체력적으로 좋을 때 그렇게 해줘야 한다. 그동안은 이 싸움이 거의 안 돼 졌다. 그런 쪽으로 주문을 계속 하다 보니 미드필더 등지에서 밀리지 않았다."
▲ 파울도 급증했다. 포항이 25개, 전북이 19개, 총 42개를 범했다(이전 라운드까지 기록한 경기당 평균 파울 개수는 포항 17.9개, 전북 14.8개). 지난 맞대결에서도 이런 양상이 보이기는 했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내용인데, 7~8경기 전 우리의 파울 개수가 200개였다(현재 315개). 그런데 그 당시 포항은 295개더라. 그걸 선수들에게 얘기해줬다. '우리가 경기 운영을 착하게 하는 거다'라고 말이다. 애매한 파울 장면에서 끊겨 골 먹은 적도 있다. 이런 게 반복되면서 크게 처졌다. 이번에는 '우리도 위험 진영 1/3 지역이 아니면 압박하면서 파울을 피하지 말자'고 했다. 미드필더에서의 싸움을 강하게 하고 싶었다"
▲ 심한 파울에는 역정을 내기도 했다. 아무래도 선수 부상에 대한 염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심판이 파울을 안 불고 리드미컬하게 끌고 가는 것도 좋지만, 같은 장면이 계속 나오면 경고를 줘야 할 때도 더러 있다. 그래서 어필도 해봤다. 포항도 그랬고, 서로 물러설 수 없는 경기였다. 포항에 지게 되면 그동안의 징크스를 이어가야 했다. 또, 선두권 싸움도 불투명해지기에 더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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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일 수도 있었던 김남일-신형민의 첫 조합은 대성공이었다. 김남일은 강릉시청과의 FA컵 경기에 투입해 몸을 풀었다. 몸이 어느 정도만 올라오면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다. 워낙 능력이 뛰어나다 보니 그런 걸 믿었다. 오랜만에 나가는 선수치고는 미드필더 장악력을 그 이상으로 해줬다."
▲ 포항은 2선에서의 빠른 패스웍으로 상대 최후방 라인을 허무는 득점 장면이 많았다. 상대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 숫자를 한 명, 혹은 두 명으로 바꿔왔는데 이런 부분을 대비했나. 여담이지만 이명주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명주가 있어도 뭐(웃음). 그 선수가 뛰었어도 충분히 좋은 승부를 했을 것이다. 예전에도 대비는 했지만, 알면서도 당했다. 배후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체크하는 훈련을 했어도 팀 자체가 완성이 안 되고 산만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당연히 우리가 더 잘했을 것이다. 이명주가 전력의 50% 이상이라는 그런 얘기가 나올 수는 있어도 집중적으로 봉쇄하고 지역적으로 커버한다면 전술적으로 얼마든지 해볼 수 있다."
▲ 김남일은 65분을 뛰었다. 이후 권경원을 투입해 4-2-3-1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카이오를 빼 들어 4-1-4-1로 세웠다. 공격으로 나오는 상대를 더 강하게 맞받아쳐 볼 잡는 시간을 최대한 방해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내 성격인 것 같다. 보통 감독들은 3~5가지 전술적 교체 카드를 들고 경기장에 들어간다. 난 항상 1, 2, 3번 시나리오를 공격적인 교체로 생각해왔다.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팀이 좋아지고 있을 때에는 공격적으로 나서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김남일이 빠지면 미드필더 싸움이 불안해질 것 같았지만,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강행했다. 수비적으로 내려서 경기 전체가 상대에게 넘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 공격 자원이라면 레오나르도와 카이오 카드를 쥐고 있었다. 만회 골을 노리는 포항이 앞으로 올라왔을 때, 레오를 활용해 뒷공간 속도 경합을 붙일 수도 있었는데.
"(김)남일이에게는 경기 들어가기 전부터 60~65분만 뛰라고 말을 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누구를 먼저 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신광훈 쪽이 마음에 걸렸다. 레오는 터프하고 파울이 많은 선수에게 약하다. 경기 흐름상 그쪽을 막는 윙어의 수비가 좋았기 때문에 카이오를 택했다. 상당히 많이 뛰며 전방 압박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 한 골 리드한 상황에서의 60~65분 시간대는 참 애매하다. 내려선다고 해도 30분가량을 버텨야만 한다. 자칫하면 동점골을 내줄 수도 있기에 마냥 앞으로 나서기만도 어렵다.
"어떻게 보면 비겨도 되는 경기였다. 승점 3점만 안 주고 오면 되는 경기 아니었나. 하지만 지금껏 선수들에게 그런 표현을 해본 적이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다'라고 강조하고 훈련했기 때문에 선수들이 훨씬 더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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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특별히 없었다(웃음). 이동국은 경기 당일까지도 후반에 쓰려고 했다. 몸은 괜찮은데, 4일을 쉬었으니 운동량이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했다. 선수 본인하고 그런 얘기를 같이 했다. '후반에 나가면 어떻겠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영 신통치 않더라. 내 기억에도 작년 FA컵 16강(울산전 0-1 승) 말고는 후반에 들어가 골을 넣은 적이 거의 없다. 후반에 상대가 지쳤을 때 공격수를 투입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동국은 안 그렇다."
▲ 카이오가 최근 좋은 흐름이 좋았던 터라 더욱 고민됐을 것 같다.
"점심시간 뒤 다시 올라가서 이동국에게 얘기했다. '전반전부터 나가는 걸로 준비를 해라'라고. 카이오가 강릉시청전에서 교체로 30분만 뛰면서도 두 골을 넣었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포항 수비진에 부담 주는 건 이동국이 나으리라 봤다. 역시 그 아저씨는 선발 체질이다."
▲ 선발로 내세운 것이 적중했다고 언제 처음 느꼈나.
"전반전 5분 지나면 선수들 몸 상태나 전체적인 움직임이 눈에 들어오지 않나. 그때부터 괜찮았다. 우리가 선제골을 얻었을 때에는 전방에서부터 상대 수비를 강하게 압박하고, 공을 끊으면 평소보다 더 빠르게 나오는 등 시나리오대로 잘 됐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봤을 때, 우리가 절대 질 수 없는 경기라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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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줬다(웃음). 푹 쉬었나 모르겠다. 어제 다 숙소로 들어왔고, 오늘부터 서울전 준비에 들어간다."
▲ 서울이 주전 대부분을 빼고도 인천에 5-1 완승을 거뒀다. 당일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바로는 팀 짜임새가 괜찮았다. 물론 몇몇 슈팅은 놀라울 만큼 잘 맞기도 했으며, 맞대결한 팀의 상태도 고려해야겠지만 말이다.
"그 경기를 대충은 봤다. 선수 변화 폭이 컸다. 당연히 주중 포항전에 올인하려는 생각일 것이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해까지 거의 변화를 안 주고 끝까지 갔는데 말이다. 아마 이번 주말 우리와의 경기에서 로테이션을 꺼내들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지 않았나 싶다. 바뀐 선수들로 동기 부여를 시킬 수도 있고, 주전으로 밀어붙일 수도 있고. 준비를 잘하려고 한다"
▲ 그동안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은 노출이 많이 안 됐다. 최용수 감독이 '4년 만의 로테이션'이라고 표현했을 정도인데. 이번 주말 경기 어떻게 내다보나.
"그런 건 하나도 안 중요하다. 일단은 우리 팀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가 쓰리백이냐 포백이냐 등에 대해 두루 준비는 하겠지만, 전북 원정을 오는 대부분의 팀은 내려서서 역습을 노린다. 그 부분에 중점을 둬 반복 훈련을 해야 한다. 그러다 역으로 맞을 수 있어도 모험적인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상대가 다 나오든 안 나오든 상관없다. 우리가 힘이 생겼으니 우리 경기를 하겠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