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협상 기준과 방식, 외국인 감독 선임 위해서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4-08-18 16:44 | 최종수정 2014-08-19 07:10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18일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베르트 판마르베이크(네덜란드)감독과의 계약협상 결렬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있다. 이용수 위원장은 유력한 차기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손꼽혀온 판마르베이크와 지난 5일부터 2주동안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무산됐다.
신문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8.18/

다시 한번 결론은 외국인 감독이었다.

'판 마르바이크 쇼크' 후에도 흔들림은 없었다. 기존의 방침대로 외국인 감독 선임을 고수하기로 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18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술위원회에서 처음 회의를 할때 국내, 국외 감독을 구별하지 않았다. 대표팀 감독직을 맡으면 좋겠다는 분이 외국에 3명, 국내에 3명 있었다. 국내 감독 3명 중 현재 대표팀에 필요한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분이 1명 뿐이라서 자연스럽게 국외로 시선이 갔다. 기준을 확대하면 국내 감독도 포함될 수 있지만 당분간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데 노력할 것이다"고 못을 박았다.

첫번째 발걸음은 헛걸음이었다. 1순위로 지목한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전 네덜란드 감독(62)과의 협상이 결렬됐다. 이 위원장은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됐으면 하는 마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른 감독과 협상을 중지하고 기다렸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최종시한을 네덜란드 현지시각으로 금요일 저녁, 우리시각으로 토요일 오전까지 답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답안이 우리와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합의를 못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자세한 결렬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예상대로 돈과 가족 문제가 결정적이었다. 이 위원장은 "크게 말하면 세금과 관련한 연봉 문제, 주 활동 지역에 대한 생각의 차이때문에 합의까지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위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협상에 실패한 후, 협상 기준과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이 변화의 초점 역시 외국인 감독 선임을 위해서다. 초기에 공개한 7가지 기준을 사실상 버렸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각 대륙연맹컵(아시안컵, 유로, 코파아메리카) 월드컵 지역 예선 월드컵 16강 이상 클럽팀 경험 인성 연령 언어 등 7가지 원칙을 충족하는 지도자를 뽑겠다고 했다.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지도자는 사실상 많지 않다. 유럽리그가 시작된만큼 인재풀은 더욱 줄어들었다. 그래서 기준을 넓히기로 했다. 동시에 더 많은 감독들과 협상하기로 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과 단독으로 협상한 결과, 여러가지 폐혜가 있었다는 점도 이유였다.

이 위원장은 "후보로 선정하고 이야기 한 분들 중에 계약된 경우가 있다. 기술위원회의 1차 논의 후 공개했던 자격기준이 너무 이상적이고 구체적으로 노출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더 폭넓게,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할 생각을 하고 있다. 협상을 지켜보고 가는게 아니라 적어도 2~3명의 감독을 동시에 접촉하겠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밀로반 라예바치(60) 라도미르 안티치(66·이상 세르비아),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59·스페인),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59·아르헨티나) 등이 후보군으로 예측된다.

위기의 한국축구에 소방수로 등장한 이 위원장은 입성과 함께 외국인 감독 카드를 꺼내들었다. 왜일까. 그는 "외국인 감독의 경우, 현재 세계 축구의 변화와 우리 선수들의 장점을 세계 무대에서 잘 표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경기력은 물론이고 한국 축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유소년까지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는 비전을 가진 분을 뽑고 싶다"고 했다. 체질 개선이 목적이었다. 이 위원장이 외국인 감독에게 2018년 러시아월드컵까지 4년의 시간을 주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축구는 지난 몇년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성적에 따른 흐름에 민감한 국내 감독이 더 넓은 그림을 그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여론의 반응도 무시할 수 없었다.

기술위는 최근 연령별 대표팀에 대한 기술과 전술 지원, 세계 최상위권 국가나 클럽의 전술·훈련 경향 분석, 각급 지도자 전문교육 등 체질 개선을 위한 작업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그 중심에 한국축구의 최정점인 A대표팀 감독이 있기를 원했다. 이번 협상과정에서 주 활동 지역에 대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유럽에서 주로 머물기를 원한 반면, 대한축구협회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오랜시간 한국에 머물며 지도자 강습회, 유소년 프로그램 등을 전수해주길 원했다. 이 위원장은 "기술위원회에서 한가지 더 중점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은 대표팀 감독으로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헌신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가 여부다. 물론 정량적으로 체크하기는 어렵지만 이에 대해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여러차례 "시간에 쫓겨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9월 A매치를 국내 코칭스태프들과 치르기로 결정하며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갈림길에 선 한국축구는 이 기간 동안 운명이 결정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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