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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선두 체제를 갖출 것인가, 선두권이 혼전 양상으로 바뀔 것인가.
전북과 수원의 상승세 비결은 막강 화력이다. 수원은 최근 3연승을 거두는 동안 9득점을 쏟아냈다. 외국인 듀오인 산토스와 로저가 3경기에서 5골-3도움을 합작했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최전방 공격수 로저가 안정을 찾은 것이 호재고, 수원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로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즐겁게 축구를 하고 있다"며 강한 신뢰를 보였다. 로저가 최전방 자리를 굳건히 지켜주자 공격의 틀이 제자리를 찾았다. 승부욕이 강한 정대세는 주전 자리를 빼앗긴 아픔을 오기로 버티며 기회를 노리고 있다. 물오른 득점포를 가동 중인 수원의 공격 지수는 10점 만점에 8점이었다. 그러나 수원의 공격이 아무리 뛰어나도 전북을 넘어서기는 힘들다. '닥공(닥치고 공격)'의 전북은 상주전에서 6대0의 대승을 거두며 올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전반기에 경기당 평균 1.25골을 넣었던 전북은 후반기에 수치를 두 배(2.5골)로 늘렸다. 최근 '주포' 이동국이 주춤한 사이 한교원, 이재성 등 2선 자원들이 득점포를 가동해 창의 날카로움을 유지하고 있다. 산토스의 득점에 의존하는 수원 공격에 비해 전북에는 골을 넣을 선수들이 즐비하다. 전북은 클래식 득점 순위 톱10에 이동국(7골). 한교원 카이오(이상 5골) 등 3명을 올려놓고 있다. 전북의 공격지수는 9점이다. 수원보다 1점 앞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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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듯, 견고한 전북 수비
수비 지수에서는 전북이 9점, 수원이 8점을 받았다. 전북은 올시즌 클래식 12개 팀 중 최소실점(18경기-11실점)을 기록 중이다. 김기희가 부상으로 결장하지만 윌킨슨-정인환의 중앙수비 조합이 견고하다. 윌킨슨은 브라질월드컵 출전 이후 플레이에 여유가 넘쳐난다. 윌킨슨-정인환 조합의 최대 약점은 투박함이다. 수원의 빠른 뒷공간 침투에 당할 수 있다. 좌우 풀백 이주용과 최철순이 스피드와 투지로 커버 영역을 넓히는게 관건이다. 수원은 민상기가 부상에서 회복해 그라운드로 돌아오면서 민상기-조성진의 조합으로 새롭게 중앙 수비진을 꾸렸다. 민상기는 강력한 대인 마크 능력과 제공권을 바탕으로 헤이네르를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꿰찼다. 풀백 자원인 최재수의 부상 복귀도 수원의 호재다. 포백 라인의 조직력이 전북에 비해 불안하다는 것이 약점이지만 골키퍼 정성룡의 존재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최대 변수는 징크스
한 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체력 싸움이 승부의 변수로 떠 오르고 있다. 결국 조커 싸움이다. 선수층이 두터운 전북이지만 '이름값'만 놓고 보면 수원이 근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고의 '왼발 테크니션' 염기훈과 정대세가 수원의 벤치에서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염기훈의 드리블과 정대세의 파워는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 승부수를 띄을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전북의 조커는 이상협, 김인성, 카이오다. 세 명 모두 파괴력은 손에 꼽히지만 기복이 심한게 흠이다.
또 다른 변수는 징크스다. 두 팀은 K-리그를 대표하는 '천적관계'다. 최강희 감독 부임 이후 전북이 수원 징크스에서 벗어났지만 역대 전적에서는 28승18무15패로 수원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전북은 한 때 20경기 연속 무승(7무13패)의 악몽에 시달렸다. 수원 앞에서 기를 못폈다. 최 감독 부임후 전세를 역전시킨 것도 잠시, 최근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수원이 2012년 11월 11일 이후 전북전 6경기 무패행진(4승2무)을 질주 중이다. 전북은 징크스 탈출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전북을 상대하는 수원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볍다.
이 건 기자 하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