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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데자뷰다.
2년 전이었다. 인천은 16라운드까지 1승7무8패를 기록했다. 유력한 강등 1순위로 꼽혔던 인천은 17라운드 상주와의 홈경기를 기점으로 반전에 성공했다. 인천은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스플릿 하위리그 최고 순위인 9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이 좋았다. 일단 스타급 공격수들이 즐비한 포항과 울산을 맞아 한골도 내주지 않았다. 후반기 들어 매경기 골을 먹으며 흔들리던 수비진이 완벽히 자리를 잡았다. 공격에서도 빠른 역습과 세밀한 패스워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천수도 에이스 본능을 뽐냈고, 시즌 첫 골을 성공시킨 진성욱과 '왼쪽의 지배자' 문상윤 등이 제 몫을 해주고 있다. 후반기부터 살아난 골결정력은 이제 인천의 확실한 장점이 됐다.
무엇보다 승리에 대한 간절한 열망과 투지가 돋보였다. 이날 인천 선수들은 그라운드 구석구석을 누비며 울산 선수들을 괴롭혔다. 강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천수는 "김신욱과 헤딩경합을 하면 당연히 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긴다는 생각으로 강하게 부딪혔다"고 했다. 김 감독 역시 "무더위 속에 선수들이 죽기살기로 뛰었다"며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경기력부터 정신력까지 지난시즌 유일하게 스플릿 상위그룹에 살아남았던 인천의 모습 그대로였다.
부상자들까지 모두 복귀한다면 인천의 전력은 더욱 강해지게 된다. 물론 아직 인천의 부활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적어도 무기력했던 전반기의 모습을 탈피한 것은 분명하다. 김 감독은 "울산전 승리로 확실히 분위기를 탔다. 이제 매경기 결승전이라는 각오로 승리를 향해 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천의 시즌은 지금부터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